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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산불, 평가하고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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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산불, 평가하고 기록해야 한다
  • 홍성신문
  • 승인 2023.06.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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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게 했던 서부면 산불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올 봄 4월 2일 시작돼 사흘 동안 1개 면의 26%를 태운 이 대형 산불은 ‘축구장 1800개 면적 피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라는 과거사로 치부될 수 없는 일이다. 엄연히 현재 진행형인 재난이다.

1337㏊가 탄 서부 산불은 53가구 91명의 이재민을 남겼다. 피해액 304억원에 복구비 312억 원이 책정돼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은 정치, 행정, 주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한숨이다.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복구와 재건의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박탈감이다. ‘홍성 산불 서부면민대책위원회’의 장정훈 공동위원장은 “누구 하나 (피해)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피해 주민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하소연이다. 대피소에서 임시 조립주택으로 옮겼다고 해서 잊힐 수 없다는 아우성인 것이다.

역대 급 폭염과 장마가 예상된다고 한다. 조립주택에서 여름을 나는 것은 또 다른 재난일 수 있다. 특히 산불로 약해진 주택 주변 지반의 붕괴와 산사태도 우려된다.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돼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나 안심할 일은 아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더 살펴보고 챙길 일이다.

더불어 피해 주민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원봉사자, 담당 공무원들의 열정에 조금만 힘을 보태자. 그리고 그 관심은 피해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다. 피해 주민이나 대책위가 요구하는 대로 복구나 복원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행정의 논리, 사회적 이해관계, 생태환경의 문제, 현실성 등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피해자이며 복구·복원될 산림의 주인인 주민이 논의의 테이블에 앉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이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정성도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더욱 중차대한 과제는 이번 산불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산불이 발생하자 진화부터 이재민 일상회복까지 자원봉사자, 주민, 인근 상인, 공무원, 경찰, 군인 등 모두의 손길이 이어졌다. 출향인, 사회단체. 기업, 주민의 기부와 성금이 모아졌다. 재난에 대처하는 지역사회의 멋진 사례를 만들었다.

반면, 이번 산불은 큰 숙제도 남겼다. 산불 진화 초기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가 공무원이고 누가 주민인지 모를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아 주민이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지휘본부를 찾은 충남지시가 우왕좌왕하는 공무원들에게 질타를 쏟아냈다고 하니 알만한 일이다. 더구나 산불의 발생 원인도 소문만 무성한 채 특정하지 못하고 오리무중에 빠지는 모양새다.

이왕 지난 일, 잘잘못을 가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발생, 초기 대처, 진화, 복구계획 수립, 복구 등 모든 과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유해야만 한다. 피해 주민, 자원봉사자, 사회단체 등의 참여를 보장해 평가의 민주성과 진솔함도 담보되기를 바란다. 혹시 모를 또 다른 재난에 조금 더 낫게 대처하기 위한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다른 말로 똑같은 실수를 다시하지 않기 위함이다. ‘홍성 산불 백서’ 발간 주장에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성 산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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