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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돈 많은 백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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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돈 많은 백수’를 꿈꾼다?
  • 청운대 김미경 교수
  • 승인 2023.04.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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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당시의 청년들이 권력과 부를 탐내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며 부모님과 노인들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 때의 젊은이도 기성세대가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신입생 수업에서 자아성찰 실습 중 남학생들의 꿈이 ‘돈 많은 백수’라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엔 농담인가 하고 듣다가 동조하는 친구를 보고서 당황했다. 그들이 돈 많은 백수가 되기 위해선 ‘건물주’가 되든지 ‘주식 부자’가 되든지, ‘유산 상속자’가 되든지, 뭔지 모를 횡재가 이뤄져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스쳐갔다. 그리곤 ‘돈 많은’ 자본의 힘에 대한 인식에 동의했지만 ‘백수’를 바라는 청년들의 노동의 인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백수’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당구대 앞에서 큐대를 들고, 담배를 물고, 중국음식을 기다리는 러닝셔츠 차림의 근면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백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없는 여유로운 사람으로 개념화된 듯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젊은 청년들에게 ‘돈 많은 백수’는 아마도 부유한 가정에서 살며 노동시간에 쫒기지 않고 취향에 맞는 생활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리는 ‘돈 많은 백수’는 갑자기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졸부가 되어 빈둥거리는 것을 좋아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즐기는 사람으로 철학이 부재하고 부도덕한 이미지이다. 청년들에게는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나에게는 근면하지 않은 일탈된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돈에 대한 관점과 프레임에서 나오는 것 같다. 청년은 돈의 과시적인 힘을 선망하지만, 나는 돈의 일탈적 힘에 대해 걱정한다. 청년들에게 돈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본의 힘으로 인간다운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 세상 공짜는 없다’는 노동의 힘으로 존엄을 지키려고 한다. 때론 돈 많은 백수들도 노동이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하니 노동이 돈벌이 수단이 되면 천박해지고 노동이 자아실현이 되면 아름다워지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젊은 청년들의 이상은 농담 같은 진실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젊은 청년들은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의 가치를 경험하지 못한 듯하다. 노동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회에 공헌하며 더 큰 동기가 부여되는 선순환의 경험을 갖지 못한 것이다. 일용직과 임시직의 하루 임금으로 환산된 노동의 가격에 매몰되고 기계적인 소모품처럼 소진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처럼 학습하고 결정력이 있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즐거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이 사회의 어른들은 워킹과 라이프의 균형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운영할 수 있는 주인 된 노동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나이가 들어 ‘돈 많은 백수’는 철없는 꿈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노동을 통해 그들의 영혼을 보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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