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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내지 않은 수수한 보리밥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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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내지 않은 수수한 보리밥 한 상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3.03.27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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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보리밥

홍성읍 오관리 홍성낙농농협 인근에 위치한 기억 속 보리밥은 김문숙, 김은숙, 장재숙 세 사람이 힘을 합쳐 함께 운영하는 가게다. 가게의 시작은 2004년부터다. 기억 속 보리밥을 열기 전 세 사람은 원래 각자 다른 장사를 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의 수입을 벌지 못했다. 그래서 셋이 같이 하면 어떨까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다.

기억 속 보리밥은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20년 간 변하지 않는 맛을 지켜왔다.
기억 속 보리밥은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20년 간 변하지 않는 맛을 지켜왔다.

홍성 입맛에 맞는 보리밥

기억 속 보리밥은 본래 보령에 있는 음식점이다. 세 사람은 이곳 식사가 맛있다는 추천을 듣고 직접 찾아 갔는데 담백하고 맛있는 음식 맛에 이거라면 통할 거라 생각했다. 이곳의 주인한테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고맙게도 보령의 주인은 선뜻 음식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줬다. 홍성의 기억 속 보리밥에서 사용하는 식자재는 보령의 본점과 같진 않다. 음식 맛도 홍성사람들 입맛에 맞췄다. 하지만 음식에 진심을 가지고 만든다는 것은 본점에서 배운 것과 다르지 않다. 특별한 기술 없이 잔재주 같은 건 안 부리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만 쓰는 것이 비법이다.

기억 속 보리밥의 모든 음식에는 화학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기억 속 보리밥의 모든 음식에는 화학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화학조미료 무첨가 고집

기억 속 보리밥에서는 음식 만들 때 한 가지 고집하는 것이 있다. 가게의 모든 음식에는 미원이나 다시다 등 화학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 것이다. 가게 밖과 안에서 큼지막하게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써놓았다. 세 사람은 이 약속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김치에도 젓갈을 쓰지 않는다. 화학조미료 대신 새우나 표고버섯 등 갖은 재료를 우려내 육수를 만들어 사용한다. 자연의 맛 그대로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 손님 뿐만 아니라 암환자들도 이곳 음식을 자주 찾는다. 

어려울 때 받은 도움

보령의 기억 속 보리밥 주인이 기꺼이 기술을 전해 준 것은 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세 사람이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억 속 보리밥을 지금까지 운영해 오는데는 다른 도움도 있었다. 2004년에 문을 연 이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업하고 있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 20년 전 처음 낸 월세는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건물 주인이 장사를 시작할 때 “내가 먼저 나가라는 말은 안 할 테니 돈 많이 벌어서 나가라”라고 말한 후 20년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생각뿐이다. 20년간 꾸준히 와 준 손님들도 가게를 지금까지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오시는 손님들이 좋은 분들이라 가게 운영하는 데 힘이 된다.

기억 속 보리밥의 음식들은 멋 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다.
기억 속 보리밥의 음식들은 멋 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다.

힘닿는 데까지 운영할 것

세 사람은 모든 음식들은 정직하게 진심으로 만들어 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고객들도 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칭찬하는 이유다. 가게를 방문하는 고객들의 칭찬과 격려가 세 사람에게 큰 힘이다. 이제는 아이들은 다 키웠고 어려운 시기도 지나갔다.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지만 고객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기억 속 보리밥을 계속하고 싶다.

기억 속 보리밥에서 제공하는 메뉴로 보리밥(2인 이상 주문 가능), 들깨수제비 및 야채전 등 3가지 메뉴가 있다. 보리밥(9000원), 들깨수제비(8000원), 야채전 1만 원이다.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일요일은 휴일이다.

김문숙, 김은숙, 장재숙 씨는 40년 지기로 기억 속 보리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문숙, 김은숙, 장재숙 씨는 40년 지기로 기억 속 보리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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