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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변화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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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변화가 사는 길이다
  • 홍성신문
  • 승인 2023.03.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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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홍성에서는 농협, 축협, 산림조합 등 14개 조합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홍동농협, 서부농협, 홍성낙농농협은 단독 출마로 무투표 당선됐다. 11개 협동조합에서 투표가 실시됐다. 1만3798명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77.85%를 기록했다.

선거 결과 3개 조합의 조합장이 바뀌었다. 나머지 11개 조합은 유임됐다. 현 조합장이 크게 선전한 모양새다. 여기에는 현 조합장의 경영 성과와 평가와는 별개로 조합선거 제도의 특징이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농협, 축협, 산림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법은 ‘현직 조합장 우대 법률’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너무 세세한 규정들이 후보의 선거운동 권리를 옥죄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조합원의 판단과 선택의 기준인 선거정보의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현직 조합장은 일상 업무는 물론 업무운영 공개 등을 통해 자유롭게 조합원을 만날 수 있다. 도전자가 ‘깜깜이 선거’라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애당초 조합선거를 선관위에 위탁해 치르는 게 문제다. 선거 비용도 모두 조합에서 부담하는데 말이다. 조합선거를 조합이 다시 찾기 위한 운동에 나서길 바란다. 아니면 개정 운동이라도 벌이자. 법을 바꾸는 일이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불모의 땅에서 없던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시작이 반이다.

최소한 수천억원의 ‘우리 자산’을 운영하고 함께 잘사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소견과 계획, 포부를 밝히고 서로 묻고 따지고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은 확보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탁선거의 이유가 됐던 오명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돈 선거’, ‘불법 선거’라는 또 다른 이름 말이다. 이번 홍성에서도 두 후보자가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됐다. 당선자도 포함돼 있어 선거의 여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 스스로 불법을 끊어내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 영원히 스스로 통제받는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조합 운영을 주문한다. 홍성군 14개 조합의 조합원은 모두 2만1629명이다. 조합별 평균 조합원은 1545명이다. 홍성 인구의 21% 수준이다. 중복 가입한 조합원을 감안하면 실제 참여인구는 더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조합원 수가 계속 줄어든다는 점이다. 1000명 선이 위태로운 조합이 여럿이다. 인구소멸, 고령화를 가장 먼저 겪는 데가 농촌이고 조합이다. 4년 후, 8년 후의 농촌과 농업 그리고 협동조합을 생각하고 경영 목표를 세워야 한다.

‘통합’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큰 게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후보자가 내 걸은 하나로마트 신축과 증·개축, 육묘장 설치, 농기계 수리센터 설치 등의 공약은 우려를 자아낸다. 10개 읍·면 농협이 모두 대형 하나로마트와 육묘장 하나씩을 지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2~3개를 같이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경제적 목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면 경제성을 따지는 게 당연하다.

이번 선거의 공약에서도 변화하는 상황이 감지된다. 원로, 여성 조합원을 위한 맞춤 공약이 대거 등장했다. 건강검진 확대, 요양원 설립, 주간보호센터 운영, 실버대학 운영, 농업인 휴게소, 농자재 배달서비스, 빨래방 설치까지. 시의적절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당선 여부를 떠나 좋은 것은 적극 채택하길 바란다. 조합원의 실익과 편익을 위한 운영이 협동조합 본연의 목적에 가장 가깝다.

조합원 대출금리를 0.5~1% 즉시 할인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지난해 농·축협은 50년 역사 이래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신용사업의 금리차로부터 왔다. 낮은 금리로 받아놓은 예금을 대출해서 높은 금리를 받아 생긴 이득이다. 이 수익은 조합원들은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의 출자배당금을 받았다. 수익을 내 배당을 하는 게 좋은 지,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거나 편익을 제공하는 게 우선인지 곰곰이 따져 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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