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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토끼 관련 지명과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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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토끼 관련 지명과 일화
  •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23.01.02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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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등 10개의 천간과 ‘자(쥐)·축(소)·인(호랑이)·묘(토끼)·진(용)·사(뱀)·오(말)·미(양)·신(원숭이)·유(닭)·술(개)·해(돼지)’ 등 12개 지지로 그 해의 띠를 나타냈다. 각각 천간과 지지를 앞에서부터 1대1로 대응시켜나가면,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정묘년, 무진년…’으로 모두 60간지가 된다. 2023년은 40번째 간지로 계묘년(癸卯年)에 해당된다. 천간 중에서 10번째 순서인 ‘계(癸)’는 흑색을 상징하고, ‘묘(卯)’는 토끼를 나타내므로, ‘검은 토끼의 해’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토끼는 고소설 별주부전을 통해서 꾀가 많은 영리한 동물로 각인되어 왔다.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까지 끌려간 토끼가 죽음 직전에 지혜를 발휘해서 목숨을 건졌다는 내용은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다. 토끼는 다산과 풍요와 함께 지혜의 동물로 전해 온다. 검은색 역시도 지혜의 색이라고 전해 온다. 이런 의미에서 2023년은 우리들 앞에 닥쳐오는 모든 일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고장 홍성에서 토끼와 관련된 전설은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채록된 바가 없다. 다만 토끼와 관련된 지명과 일화 한 편이 전해 온다. 홍성군 금마면 부평리에 ‘토동(兎洞)’, ‘톳골’ 등으로 부르는 마을이 있다. 철마산 북쪽 골짜기에 자리잡은 마을인데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의 명당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눈 싸인 톳골마을 고개.
눈 싸인 톳골마을 고개.

풍수전문가들이 말에 의하면, 옥토망월형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옥토끼가 보름달을 바라보는 명당이라고 한다. 톳골의 지형 역시도 철마산 봉화대와 인접한 북쪽 골짜기에 숨은 듯 자리 잡은 마을이다. 현재 전원주택 서너 채가 자리 잡고 있다.

홍성군 구항면 신곡리 새말마을 퇴미산에는 ‘옥토천(玉兎泉)’이라는 샘이 전해 온다. 산 정상부에 자리 잡고 있는 옹달샘인데 옛날부터 약수로 통해왔다. 산속에 숨은 듯이 자리 잡고 있어서 옥토끼가 먹는 샘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1970년대까지 산꼭대기에 산제당을 지어놓고 산신제를 지낼 때 사용했던 옹달샘이었지만, 현재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어졌고 형태만 남아 있다.

퇴미산 모습

옛날에는 퇴미산 옹달샘 아래쪽으로 금부처를 모신 작은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해인가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이 무너지고 암자가 땅속에 묻혔는데 지금까지 금부처를 찾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오기도 한다.

한편 갈산면 행산리 이동마을에는 ‘토끼가 소 한 마리를 끌고 간 오여고개’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해 온다. 이동마을에는 해발 70여 미터의 나지막한 철마산이 있고, 산 가운데에 오여고개가 있다. 옛날 이 고개는 결성에서 갈산을 거쳐 홍성으로 통하는 지름길이었다.

홍성장날 소 한 마리를 팔고 오여고개를 넘어가던 농부가 풀숲에서 낮잠 자는 산토끼를 발견했단다. 농부는 산토끼를 잡으려는 욕심으로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올가미를 만들어 던졌다. 깜짝 놀란 산토끼는 몸에 올가미를 매단 채 정신없이 달아나고 말았다.

농부는 올가미를 던지면서 두 손을 모두 놓아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허리띠 끝에는 소 판 돈뭉치를 단단히 묶어놓고 있었다. 산토끼가 소 한 마리를 끌고 달아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농부는 흘러내리는 허리춤을 부여잡고 산속을 헤매고 다녔지만 산토끼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마을사람들이 총동원되어 허리띠와 돈뭉치를 되찾았다고 한다. 현재 오여 고개는 사람들의 통행이 끊기면서 흔적만 남아있고, 농부와 산토끼 이야기만 재미있게 전해 오고 있다.

토끼와 관련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오여고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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