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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대, 학생이 없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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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방대, 학생이 없다. 그래서…
  • 김미경 청운대 교수
  • 승인 2023.01.02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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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교수와 교직원을 상대로 대학의 현 상태에 대해 물어보면 ‘매우 위기’ 혹은 ‘위기’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99%에 가깝다. 위기는 너무 가깝게 와 있다.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 신입생을 모집하고, 일정 수의 신입생을 모집했다고 하더라도 1학년 1학기를 지나자마자 자퇴를 하는 학생들이 속출한다. 남학생들은 군 입대를 하고, 군을 제대한 예비역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 학교의 생태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교수와 학회가 신입생 숫자보다 더 많았다는 자조 섞인 체념을 하자마자 교수들은 직업의 세계에서 ‘을’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러한 현실은 40대 교수에게는 공포이고, 50대 교수에게는 무기력이고, 60대 교수에게는 다행이다. 매해 겨울만 되면 한 해 동안 공들인 입시원서를 걷고, 경쟁률을 확인하고, 작년과 대비한 잔존인원을 예측하고, 빠져 나가는 신입생들을 속절없이 지켜본다.

이렇게 거둬들인 신입생은 너무 귀하다. 너무 귀한 신입생에게 ‘친해지길 바라’며 가깝게 다가가지만 현실은 필요와 충분조건이다. 그들에게 필요로 다가오고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학교를 바꾸거나 그만둔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빠져 나가는 신입생들의 얘기를 친절히 들으면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라고 덕담을 늘어놓을 때는 나의 씁쓸한 위선이 측은해진다. 더 열심히, 더 친절하게, 더 공들여 지도하는데도 학생들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할 노력이라고 믿는 것 같다.

왜 특별히 지방대가 우선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가?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다. 교육의 질, 졸업 후 일자리 구하기 등이 모두 수도권이 월등하다는 것이다. 20∼30대가 선호하는 반도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정보기술(IT) 관련 첨단 기업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지역경제를 이끌어오던 전통 제조업이 201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지고 일자리가 감소한 것도 이 같은 쏠림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지방대학의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입학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실제로 각 대학이 제출한 자율 정원 감축안을 교육부가 모은 결과, 줄어드는 정원의 87.9%가 지방대에 쏠려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대의 위기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12월 16일에 대학자율 운영을 위한 규제완화 안을 제시했다. 수익용 기본재산·교사·교원·교지 등 4대 규정을 완화했다. 학생의 감소로 남는 교지와 교사를 활용하게 하고, 겸임과 초빙교원을 확대 채용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의 소유건물을 임차하고 타지방의 신규 캠퍼스로 이전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학교법인의 운영여건과 의지에 등에 따라 자발적인 통폐합을 활성화했다.

위기의 지방대가 문을 닫을 수 있게 퇴로를 열어주었고, 비정규직 노동력을 더 많이 활용하도록 하였고, 능력이 되면 수도권이나 그 근처의 캠퍼스에 학과를 이전하여 생존을 도모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규제 완화된 대학 정책은 지역과 지방대학의 상생을 낳기 보다는 대학이라는 사업체가 크게 손해 보지 않고 문을 닫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였고, 장사가 되는 곳에서 장사가 되는 학과를 열어 부족분을 채울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다. 대학 장사를 위해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지역과 대학, 구성원은 각자도생을 각인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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