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여름에 동네 공원에서 토끼가 나타났습니다. 산토끼는 아니고 애완용으로 보였습니다. 토끼는 공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공원은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사파리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토끼에게 달려가면 약 올리는 듯 몇 발작 달려가서는 꼭 멈춥니다.
‘나 잡아봐라.’ 놀이를 토끼가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또 토끼는 모델 역할도 톡톡히 해냈습니다. 사람들은 내 눈앞에 있는 토끼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토끼는 “이왕이면 예쁘게 찍으세요.” 하는 투로 가만히 풀을 뜯어 먹습니다. 마치 토끼가 사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토끼에 빠져 여름을 보냈습니다.
꾀쟁이 토끼라는 말이 어울리는 토끼가 또 있습니다. 식구들이 집을 비운 사이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와 집 안을 돌아다닙니다. 집의 구성과 역할을 알려주듯 구석구석 돌아다닙니다. 자기 발보다 큰 롤러 블레이드를 신고 쌩쌩 타는 장면에서는 저도 신나게 타고 있습니다. 발에 맞지도 않은 롤러 블레이드를 토끼는 어떻게 신었을까요?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세요.
토끼의 꾀에 크게 웃으실 겁니다. 실컷 놀은 토끼는 졸립니다. 침대에서 잘 잔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베란다로 슬그머니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집 안 구석구석에 떨어진 토끼 똥에 의아해하겠지요? 책은 여기서 끝나지만 독자는 아닙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토끼 똥 찾기 놀이를 해 보세요.
처음엔 보이지 않던 토끼 똥이 페이지마다 떨어져 있습니다. 책 보는 또 다른 재미를 토끼가 줍니다. 이번엔 클레이나 검은 색종이를 똘똘 뭉쳐 토끼 똥을 만드세요. 그 토끼 똥을 숨기고는 우리 집에 떨어진 토끼 똥 찾기 놀이를 즐겨보세요.
2023년은 토끼의 해입니다. 동네 공원이 토끼 한 마리로 달라졌습니다. 추운 겨울을 어찌 보내고 있는지 토끼 똥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기발한 꾀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2023년도 어려운 일이 어찌 없겠습니까? 토끼 같은 꾀로 무사히 이겨내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