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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산책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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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산책을 해요
  •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 승인 2022.12.05 08: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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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42
<로지의 산책> 팻 허친스 (지은이), 김세실(옮긴이) / 봄볕

<로지의 산책>은 글과 그림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글은 암탉 로지가 산책한 길을 알려줍니다. 연못을 돌고 벌통 밑을 지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림은 로지를 잡으려는 여우를 보여줍니다. 여우는 로지를 잡기는커녕 매번 골탕을 당합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재미있어 하는 이유를 글과 그림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데서 찾아보겠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여우가 로지를 잡아먹고 싶어 한다는 글이 없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는 여우의 눈빛과 몸짓으로 여우의 마음을 알아챕니다. 로지도 여우가 쫓아오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글이 없습니다. 이 역시 눈빛이나 행동으로 짐작합니다. 글은 로지가 산책한 길을 말하고, 그림은 여우의 낭패를 보여 줍니다. 엄밀히 말하면 글과 그림은 서로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서로를 뗄 수 없습니다.

마음을 보신 적 있으세요? 마음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합니다. 우리는 그 행동을 보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욕구나 의도, 어떤 믿음이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마음이론’입니다. 이 마음이론이 그림책을 볼 때도 적용됩니다. 김세실은 <로지의 산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우의 추격을 모르는 로지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로지를 잡아먹으려는 여우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독자는 로지를 잡으려고 하는 여우의 마음을 알기에 로지가 안타깝고 잡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로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기에 소리쳐 알려주고 싶습니다. 독자는 글이 말하지 않는 여우와 암탉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 그림책이 흥미진진합니다.

마음이론이 발달한 아이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상대방 마음을 잘 읽어내는 사람은 인기가 많거나, 일도 잘할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게 짐작하지 못한 마음도 있습니다. 어긋나거나 틀린 마음이 자리하기 전에 산책하세요. 암탉 로지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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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빈 2022-12-05 23:05:31
글을 읽고나니 그림동화책이 궁금해지고
마음 이론에 대해 한번 더 생각 해 보게 되네요
내일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찾아봐야겠어요.
늘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해요

사경아 2022-12-05 19:43:05
그림책에 담겨져 있는 숨은 의미를 이 글을 통해 알게됩니다. 그리고 늘 놀라지요.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도 삶의 진리,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다는것을... 그림책이 그냥 그림책이 아니라는것을.. 언제나 좋은 책 소개와 더불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쉽게 풀어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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