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의 산책>은 글과 그림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글은 암탉 로지가 산책한 길을 알려줍니다. 연못을 돌고 벌통 밑을 지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림은 로지를 잡으려는 여우를 보여줍니다. 여우는 로지를 잡기는커녕 매번 골탕을 당합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재미있어 하는 이유를 글과 그림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데서 찾아보겠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여우가 로지를 잡아먹고 싶어 한다는 글이 없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는 여우의 눈빛과 몸짓으로 여우의 마음을 알아챕니다. 로지도 여우가 쫓아오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글이 없습니다. 이 역시 눈빛이나 행동으로 짐작합니다. 글은 로지가 산책한 길을 말하고, 그림은 여우의 낭패를 보여 줍니다. 엄밀히 말하면 글과 그림은 서로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서로를 뗄 수 없습니다.
마음을 보신 적 있으세요? 마음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합니다. 우리는 그 행동을 보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욕구나 의도, 어떤 믿음이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마음이론’입니다. 이 마음이론이 그림책을 볼 때도 적용됩니다. 김세실은 <로지의 산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우의 추격을 모르는 로지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로지를 잡아먹으려는 여우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독자는 로지를 잡으려고 하는 여우의 마음을 알기에 로지가 안타깝고 잡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로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기에 소리쳐 알려주고 싶습니다. 독자는 글이 말하지 않는 여우와 암탉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 그림책이 흥미진진합니다.
마음이론이 발달한 아이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상대방 마음을 잘 읽어내는 사람은 인기가 많거나, 일도 잘할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게 짐작하지 못한 마음도 있습니다. 어긋나거나 틀린 마음이 자리하기 전에 산책하세요. 암탉 로지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 보세요.
마음 이론에 대해 한번 더 생각 해 보게 되네요
내일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찾아봐야겠어요.
늘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