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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08> “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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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08> “의 나”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2.10.3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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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사거리 대폿집 아들 덜 있자녀, 토지보상 받은 재산 때미 의 나게 생겼디야.

-저니: 걔네 형제들 의 난지가 온제여. 나도 의 날 재산 즘 있으믄 좋것다. 먹고 죽을래도 돈이가 읍써.

<의 나>는 인간관계에서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를 말한다. 평소 좋았던 사람끼리 틈이 생겨 감정의 간극이 벌어질 때 ‘의가 난다’ 또는 ‘의가 상했다’라고 표현한다. 이 때의 ‘의’는 ‘의리(義理,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닌 ‘정의(情誼, 서로 사귀어 친해진 정)’를 말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앞의 ‘정(情)’은 진즉에 떼어버리고 ‘의(誼)’로만 표현하는데 의가 상해서 서로간에 틈이 생긴 것을 다 줄여서 ‘의 나’라고 한다. ‘의 날라(사이가 벌어질라)’, ‘의 났디야(사이가 벌어졌대) ‘의 나게 생겼어(곧 사이가 벌어지게 생겼어)’처럼 쓰인다. ‘의 좋은 형제’라든지 ‘부자지간의 의를 끊다’ ‘동서지간에 의가 상했다’ 등도 모두 같은 예이다. 이 말은 비교적 친구지간보다는 친척지간에서 들을 수 있는 용어다.

의가 나는 것과 반대인 경우는 ‘의초(동기간의 우애나 부부사이의 친한 정)롭다’라고 하는데, 화목해서 우애가 두터운 모양을 나타낸다.

사실 ‘의’라는 글자가 단어의 첫마디에 오면 발음하기 쉽지 않은데, 동네 어르신들은 이 말을 할 때 매우 정확하고 또렷하게 ‘의 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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