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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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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다
  • 홍성신문
  • 승인 2022.04.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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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주민센터 이사장 유요열

지난해 홍성군 전체 출생아 수가 517명이라고 한다. 홍북읍 331명, 홍성읍 139명, 광천읍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면의 출생아는 10명이 안 되고 결성면과 갈산면 경우 각각 2명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홍성이주민센터에 접수된 외국 출신 이주민의 출산관련 상담은 지난해 16명, 금년 3월 말까지 7명이 된다. 물론 이 숫자에는 국제결혼이주여성 즉 다문화가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16명과 7명의 임신출산 상담은 대한민국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이주민 부부와 관련된 숫자다. 실제로 우리 센터와 상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여, 작년 한해 홍성에서 태어난 이주민 아기는 족히 20~30명은 넘지 않을까 싶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잠시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농촌을 지키고 아기울음소리를 돌려주었다고 했고, 국제결혼 자녀들이 있어 농촌 작은 학교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마저 이젠 지난 일이 되고 있다.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가정이나 지역이나 국가적으로 귀한 일이며 능력이며 힘인데 아기가 없다.

전국 지자체의 절반에 가까운 105곳의 시·군·구가 30년 안에 사라질 것이란 보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부인과 병원,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 유아나 어린이 관련된 많은 일들이 무너지며 인구절벽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결코 적지 않은 20~30명의 귀한 아기들이 우리 곁에서 태어난 것이다.

2021년 4월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동포 C가 러시아 출신 부인이 임신 1개월째라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고비 고비를 넘겨 12월 무사히 출산까지 했으나, 아기 등록 문제에 부딪치고 말았다. C는 어떻게든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에서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혼인신고와 출생신고 방법이 다른 게 문제였다.

대사관 쪽에 문의를 하면서 미혼모 자녀 출생신고가 가능한 러시아에 우선 아기 출생신고를 했고, 아기 여권을 발급 받아 한국에 외국인등록을 했다. 그 후 자녀 유전자 검사로 우즈베키스탄에 자녀등록 신고까지 마칠 수 있었다. 이제 각자 출국해 각 나라에서 혼인신고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재결합하는 절차만 남은 상태인데, 코로나와 전쟁으로 입출국이 여의치 않아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며 불안해하고 있다.

2021년 8월 캄보디아 출신 고용허가제 체류 R이 세금문제로 상담 중, 캄보디아 출신 부인과의 사이에서 2020년에 아기를 낳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아기는 본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외국인등록신청도 못했고 과태료 액수만 점점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R은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직장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 비자를 바꾸는 준비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당장 아기를 어린이집조차 보낼 수 없는 형편에 힘들어 한다.

캄보디아 출신 고용허가제 체류 S는 거래은행 계좌정지를 통보받고 우리 센터에 2022년 1월 상담을 요청했다. 친구통장이 문제가 되었는데 그 친구와 거래가 있던 S의 통장까지 정지된 것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던 중 통장에서 찾지 못하고 있는 돈이 만삭의 캄보디아 출신 아내 출산준비금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 갔는데 당뇨와 고혈압으로 위험하다 하여 결국 대학병원까지 가서 2월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부부 모두 캄보디아에 있는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한국에서 계속 일해야 할 형편인데, 체류 만료가 다가오고 있고 아기 문제로 고민이 깊다.

2022년 2월 친구와 함께 센터를 찾아온 태국 출신 미등록 여성 N은 출산지원금이 있는지부터 물었다. 상담을 해보니 임신 8개월 쯤 되었는데 그때까지 형편이 어려워 한 번도 병원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우선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아 기본적 검사를 받게 했다. 출산일이 임박한 것으로 보여 안전하게 출산하는 것을 우선으로 상담을 진행했고 쉼터와 병원을 찾아냈다.

쉼터에 입소하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 나와 격리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격리기간이 끝나서 연락을 취했으나 N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아마도 강제추방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숨어든 것이 아닐까 싶다. 산모와 아기가 안전하기만을 기도할 뿐 무엇을 해 볼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아주 드물게 이주민 아기 출산이 있었다. 그때는 출생 후 몇 개월만 되면 아기를 다 본국으로 보냈다. ‘엄마, 아빠 금방 따라갈게’ 그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이주민의 한국 거주 기간이 늘어났고 그만큼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일도 늘고 있다.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정주 정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주민 신분으로 임신하면 그때부터 이중삼중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임신 후 마음 편히 병원을 다니고 출산하는 이주민이 얼마나 될까! 아기 출생신고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인권의 시작, ‘보편적 출생신고’가 시행되길…) 조금 지나면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데 외국인 자녀는 지원이 없어 어렵다. 초·중학교 의무교육은 받을 수 있어 학교를 가보지만, 어린이집을 못 다녀 한국말 습득이 안 된 상태이니 학교도 어렵고 아이도 어렵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는 한편, 아이들이 있지만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있다. 모순이다. ‘홍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분명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홍성에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어느 기초의원의 생각이다. 이 말로 결론 삼고 싶다. “지금 홍성에서 태어나는 20~30명 이주민 아기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면 분명 다른 사람들도 홍성에 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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