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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다 차지하는 세상, 패자부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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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다 차지하는 세상, 패자부활 필요
  • 김미경 청운대 교수
  • 승인 2022.03.28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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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아바(ABBA)가 부른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죠)’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고 결정짓고,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승자독식’은 악명이 높다. 세상은 사랑에서도 경제도 정치, 교육에서도 자주 이 규칙을 따른다.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 중에는 가장 강한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코끼리나 엘크사슴은 가장 우수한 유전자로 번식하기 위해 죽음을 무릎 쓴 경쟁을 한다. 또한 경제는 물론 정치와 문화의 영역에서도 경쟁에서 이긴 자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차지한다. 수없이 많은 사용자들이 연결되어 네트워크 효과로 가치를 창출하고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플랫폼 기업은 현대사회에서의 승자독식의 전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미국 선거는 확실히 승자독식제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일단 각 주별로 직접투표를 실시한다. 시민권자라도 유권자 등록을 마친 사람만이 투표할 수 있다. 직접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대통령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이 선거인단 수는 그 주의 인구에 비례해 정해진다. 그래서 더 많은 유권자 표를 얻고도 선거인단 수를 더 적게 차지해서 패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2000년 엘고어는 조지부시 후보 보다 50만표 가량을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267 vs 271로 뒤져 패했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일반 국민투표에서 47.7%의 득표율로 47.5%를 얻은 트럼프 후보보다 21만 표 앞섰지만, 트럼프는 288명의 선거인단수를 확보했고 클린턴은 228명에 그쳐 정권은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문화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타급의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에게 몰아줄수록 상업적 효과가 있고, 소수의 스타들에게는 돈과 명예가 쥐어지지만, 다수의 B급 스타들은 생계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에 ‘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벼랑에 몰린 456명의 ‘데스매치’를 벌려 455명이 죽고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승자독식’하는 스토리를 다루었다. 이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선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양보는 곧 죽음이다. 교육도 정치만큼 심각하다. 중고등학교에서 수능과 내신점수, 동아리, 생활기록부 등 소위 ‘스펙’을 관리 받은 학생들은 서열이 높은 학교로 진학한다. 서열이 높은 학교에 정부 지원과 혜택이 편중되면서 학생들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거나 전문직으로 소득이 높을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게임 룰은 소수의 기득권층에게 소득과 자원이 몰리게 한다. 승자들은 학연, 혈연, 지연 등 연고를 바탕으로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진입장벽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카르텔에 끼지 못한 사람은 기회조차 얻을 수 없고, 설사 얻는다고 하더라도 불평등한 기회를 갖게 된다. 1%의 미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차이로 이어지는 승자독식은 99%의 평범한 패자들에게 다음의 기회도 없게 한다. 99%의 실패한 자들에게도 따뜻한 손을 내어 줄 여유가 있고 기회 있는 삶으로 이어 줄 사다리가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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