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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혐오와 차별 넘어 미래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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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혐오와 차별 넘어 미래로 갈 수 있을까?
  • 홍성신문
  • 승인 2022.03.07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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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주민센터 유요열 이사장

누군가 이제부터 역사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했다는데, 역사까지는 몰라도 외국에서 온 이주민(오늘 글은 외국인으로 표기함. 단, 이주민이 덜 차별적 용어임)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은 코로나전과 코로나후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파동이 나고 공적마스크 분배에 외국인이 제외 되었을 때, 사회적 관심은 미미했다. 

그러나 백신을 놓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는 백신접종에 외국인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많았고, 정부방침도 달라졌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코로나가 그렇게 만들었다. 코로나는 외국인과 나아가 미등록외국인까지 접종하지 않으면 그 위험성이 커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제외하고 우리만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에 합의요, 확인이었다.

또 하나 외국인에 대한 인식 변화는 코로나 이후 심각해진 인력난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5175만명으로 2020년보다 9만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총인구는 외국인까지 포함하는데, 줄어든 9만명은 2021년 줄어든 외국인 숫자와 일치한다. 전국적으로 외국인이 줄어든 만큼의 인력 부족문제가 생겼다. 인근어업, 농축산업은 물론, 소규모생산업, 중소기업, 숙박업, 건축노동 등등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생산 산업에서 사람을 못 구해 난리였다. 

밭일 하루 일당이 15만원을 호가하고 월급 500만원을 주어도 배를 탈 사람을 못 구한다는 것은 내국인을 두고 나온 말이 아니다.(KBS 시사기획 창 ‘이주노동자 불법을 삽니다.’) 코로나는 외국인이 우리 일자리를 뺏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왔고 우리 필요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임을 깨닫게 했다.

이렇게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필요와 이해가 달라졌다. 인구절벽시대가 임박했고 지금 당장 인력수급 문제가 심각하니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고 당연히 외국주민관련 전향적 정책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은 정말 우리나라의 미래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어떤 정당도 후보도 외국인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실망이 깊어 가던 차에 한 후보가 덜컥 외국인 관련 한 줄 공약을 냈다.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

아마 대부분 국민들은 외국인들이 건강보험을 낸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도, 가족방문 외국인도, 유학생도 다 건강보험을 낸다. 2019년 7월부터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만약 직장보험 가입이 안 되면 지역보험에라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심지어 외국인 지역보험료는 수입과 재산 파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지역보험료 평균을 적용해 15만원 정도를 내게 했다. ‘숟가락만 얹는다’는 말은 마치 외국인은 보험료도 안내면서 보험적용을 받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데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더구나 외국인들은 보험료를 못 내거나 사정상 건강보험에 가입 못 할 경우 보험료 지원 없이 의료비 전부를 자기부담으로 내고 있다. 그래서 아파도 진료비 때문에 병원을 못 가는 일도 많다.

내막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건강보험공단의 내국인 상대 건강보험은 늘 적자이지만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은 적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공단의 외국인 대상 흑자는, 2018년 2251억원에서 외국인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된 후 2020년 5715억원으로 늘어났다. 2020년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은 1조4916억원의 보험료를 냈고, 이들에게 지급한 의료급여가 9200억원이다.

2020년 공단 전체 적자가 2531억원인데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적자는 9000억원대가 되었을 것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누가 누구에게 숟가락을 얹었는가! 그 후보는 사실 몇 건 되지 않는 특별한 사례를 전체 외국인 문제로 일반화했고, 이를 통해 외국인을 가해자로 우리 국민을 피해자로 오도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건강보험이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손 볼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부추겨 일부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국가 현실과 발전을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혹시 외국인 없이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면 차라리 그렇다고 말하면 좋겠다. 

사실 한국에서 외국인은 투표권도 없고 항의할 수단도 없는 약자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혐오 차별을 해도 될 만만한 대상은 아니다. 외국인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고 당연히 보험수가로 치료 받을 권리가 있다. 외국인은 한국의 생산 노동에 필수적이며 절대적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당장 멈추어 서 버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외국 출신 한국 국민 달리 말하면 외국인 유권자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과 연관된 국민과 사업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다. 외국인 혐오로 얻을 표가 있다면, 그만큼 잃을 표도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 차별과 혐오의 과거로 돌아갈지, 이제라도 존중과 발전의 미래 비전을 찾아 나설지, 끝까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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