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보이스피싱 피해 알리는 전도사
상태바
보이스피싱 피해 알리는 전도사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8.02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봉윤 신한은행홍성지점 청경반장

한봉윤(37) 신한은행홍성지점 청경반장이 지난달 26일 이만형 홍성경찰서장으로부터 보이스피싱 전달책 검거를 도운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다. 한 반장은 지금까지 여러 번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고, 금마면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면서 10여 개의 표창을 받았다.

그는 원래 수질 정화를 연구하는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석사 과정을 밟던 도중 공부하는 데 회의를 느끼고 대학을 나왔다.이후 형과 사업을 함께하기도 했지만 2012년 신한은행홍성지점에서 청원경찰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응모해 오늘까지 신한은행홍성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그래도 그는 이 일이 좋다. 금마면에서 자란 그는 줄곧 홍성에서 살아왔고 은행을 오는 분들도 동네 아버지, 어머니 같고 아는 분들도 많아서다.

10년 동안 지역주민 피해 방지 앞장

그가 청원경찰 일을 하면서 보이스피싱을 당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홍성신문에 보이스피싱에 관한 기고문을 보낸 것도 범죄 사례를 알리면 예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사업체를 운영하시던 분이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뺏기고 사업체가 파산하는 것 까지 봤어요. 그분도 피해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직장을 잃게 된 것이죠. 이분들이 경제활동을 못 하는 것은 결국 홍성군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가 보이스피싱에 신경 쓰는 것은 남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한 셈이다. 아쉽게도 그는 이달부터 당진지점으로 자리를 옮긴다. 홍성지점이 9월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폐점 소식을 들은 날은 공교롭게도 그의 생일날이었다. 직원들이 그의 생일 축하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폐점이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9년 넘게 함께한 직원들과 고객들과 헤어질 생각에 생일을 기뻐할 틈도 없이 왈칵 눈물이 났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여러 번 표창을 받는 등 성실함을 인정받아 당진지점에서 청원경찰로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래도 정든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다른 지점에 가서도 그쪽 분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고향 분들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수 없다.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최소화 한 것은 작은 위안이다. 한 반장은 앞으로도 경찰이나 군에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더욱 힘써 주길 당부했다.

이만형 홍성경찰서장이 지난달 26일 보이스피싱 예방에 앞장선 한봉윤 씨에게 표창장을 전했다. 

금융범죄예방센터 설립 꿈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는 분들을 보면 한의사나 회계사, 공무원 등도 있어요. 왜 보이스피싱에 걸리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정작 전문직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상정보에 카드번호까지 다 알고 연락하는 경우도 있어서 진짜 은행 직원이라고 믿는 거죠.”

사실 그가 청원경찰로 일하는 데는 다른 꿈이 있다. 박봉이지만 여유시간이 있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조금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범죄학이나 범죄심리학이다. 공부를 계속해 금융범죄 예방을 교육하는 센터를 설립해서 노인이나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신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단지 자랑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나중에 지역을 위해 금융피해 방지교육을 나갈 때 사기꾼이 아니라 한봉윤이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