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으로 내려앉은 잿빛 하늘 걷어내며
툭 터진 곳 찾아다니다 곰소 염전 앞에 선다
떠밀리고 떠밀리다 곰소에 든,
이국의 바다 수차에 감아 돌리고 있는 새까만 발의
청새치와 사투 벌이는 노인의 바다 소용돌이에 감겼다가
거친 파도에도 견디는 갯바위 눈이 되었다가
한나절 검은 갯벌 진창이 되었다가
진한 국물처럼 세파 다 담은 물 퍼 올렸을 염부
땀범벅 된 등 딛고 염전으로 흘러들어
탈출구 없는 사각의 모서리 안,
이기심으로 쏟아붓는 뙤약볕 이기고
소금꽃 피워 올리기까지 견뎌냈을 소금의 뼈
겨울로 기울어지는 길목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사금파리 깨진 조각 검은 아픔처럼 콕콕 박혀 있는
짜디짠 삶 묵묵히 살아낸,
있는 힘 모조리 쏟아붓는 산고는 끝났으나
어깨 하나 기댈 데 없는 여자처럼
소금기만 바삭하게 서 있는 꽃 진 빈 가슴을 본다
© 홍성신문 내포타임즈(www.hs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