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소금꽃
상태바
소금꽃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7.19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선미 시인

바닥으로 내려앉은 잿빛 하늘 걷어내며

툭 터진 곳 찾아다니다 곰소 염전 앞에 선다

 

떠밀리고 떠밀리다 곰소에 든,

이국의 바다 수차에 감아 돌리고 있는 새까만 발의

 

청새치와 사투 벌이는 노인의 바다 소용돌이에 감겼다가

거친 파도에도 견디는 갯바위 눈이 되었다가

한나절 검은 갯벌 진창이 되었다가

진한 국물처럼 세파 다 담은 물 퍼 올렸을 염부

 

땀범벅 된 등 딛고 염전으로 흘러들어

탈출구 없는 사각의 모서리 안,

이기심으로 쏟아붓는 뙤약볕 이기고

소금꽃 피워 올리기까지 견뎌냈을 소금의 뼈

 

겨울로 기울어지는 길목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사금파리 깨진 조각 검은 아픔처럼 콕콕 박혀 있는

짜디짠 삶 묵묵히 살아낸,

 

있는 힘 모조리 쏟아붓는 산고는 끝났으나

어깨 하나 기댈 데 없는 여자처럼

소금기만 바삭하게 서 있는 꽃 진 빈 가슴을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