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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전해 오는 갈마음수형 명당터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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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전해 오는 갈마음수형 명당터 우물
  • 홍성신문
  • 승인 2021.07.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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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샘을 찾아 10
전설이 전해 오는 우물 모습.

홍성군 홍성읍 소향3리에 갈마지(渴馬池)라는 우물이 있다. 먼 길을 달려온 목마른 말이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는 명당터에 자리 잡은 우물이라고 전해 온다. 갈마지라는 우물은 마을의 지명이기도 하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우물에서 비롯됐다.

갈마지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말을 타고 먼 길 가던 선비가 갈마지 부근을 지나던 중이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먼 길을 달려왔으므로 목이 타고 몹시 더웠다. 갈마지 부근에 와서 잠깐 쉬어가려고 말에서 내렸다.

선비는 어찌나 더웠던지 체통도 없이 말에서 내리자마자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말에서 내린 바로 눈앞에 시원하게 솟아나는 옹달샘이 있었다. 선비는 너무도 반가워서 옹달샘으로 달려가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셨다. 자신의 목을 축이고 나서 말에게도 물을 마시게 했다. 말도 몹시 더웠으므로 옹달샘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선비는 시원한 옹달샘 앞에서 자신을 쉬게 해 준 말이 너무도 신통하고 고마웠다. 목마른 말과 자신에게 마음껏 물을 마시게 해 준 우물이라고 하여 ‘갈마지(渴馬池)’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후 갈마지는 마을 이름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전설과 함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필자가 갈마지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홍주종합운동장 부근인 소향3리 마을회관에서부터 물어물어 전설이 전해온다는 우물을 찾았다. 한창 모내기철이라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넓은 들판 가운데에 서있는 노인 한 분이 보였다. 부랴부랴 논두렁을 걸어서 노인에게 다가갔다. 다행히도 노인은 어려서부터 주변 마을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이었다. 전설이 전해 오는 우물 장소를 잘 알고 있었다.

갈마지 골짜기 모습. 맨 오른쪽 논에 우물이 있다. 

“예전에는 30여 호가 사용하던 우물이여. 물이 어찌나 많이 나는지 항상 철철 흘러넘쳤어. 아주머니들이 주욱 둘러 앉아서 바가지로 물을 뜨고 빨래도 헸지. 그런디 지금은 웂어졌을 겨. 혹시 물르니께 한번 가 봐. 나도 우물 주변은 가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어.”

노인은 갈마지가 있다는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르쳐주었다. 골짜기 맨 위에 있는 논이라고 했다. 노인이 가르쳐준 골짜기로 논두렁 사이를 걸어서 올라갔다. 구불구불 좁은 논두렁을 걷는데 미끄러지면 물이 가득한 논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헛걸음을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반갑게도 갈마지 우물은 그곳에 있었다. 동그라미처럼 예쁘게 생긴 우물에 맑은 물을 가득 담아놓고 있었다. 우물 안에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며 놀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현재는 식수로 사용하지 않고 주변 논의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듯했다. 우물을 찾아오는 동안에 없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우물 위쪽으로는 집들이 여러 채 있었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홍성 세무서가 있는 뒤쪽 골짜기였다. 세무서 옆쪽 큰길로 들어왔으면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먼 길을 뺑뺑 돌아서 왔던 것이다. 그래도 이런 정도의 발품은 얼마든지 감수할 만 했다. 아직까지 우물이 옛 모습을 잃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그나저나 갈마지 부근으로 도로가 뚫린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고장의 유명한 우물 한 곳이 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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