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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월산신제와 기우제 지내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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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월산신제와 기우제 지내던 샘
  • 홍성신문
  • 승인 2021.05.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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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월산리 백월산 용와샘물과 용제당샘

홍성읍 월산리 백월산 동쪽에 용왕샘과 용제당샘이 있다.

용왕샘은 백월산 동쪽 등산로 9부 능선쯤에 있는 샘이다. 산혜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홍주청난사 계곡 옆으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산 정상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용왕샘은 해마다 정초에 백월산 정상에서 지내는 백월산신제와 관련이 깊다. 옛날에는 백월산신제를 지낼 때, 용왕샘에서 먼저 샘제를 지냈다고 한다. 샘 주변에 금줄을 쳐놓고 상당히 엄격한 분위기에서 샘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백월산신제는 홍성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는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제의 행사이다. 백월산 산신제를 지내기 전에 샘제를 먼저 지냈던 매우 의미 깊은 샘인 것이다. 현재는 백월산신제를 지낼 때 샘제는 생략되고 있다. 대신 무속인들이 백월산에 찾아와 기도하고 치성을 드리는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백월산 정상 부근에서 물이 나오는 공간은 용왕샘이 유일하다. 암반 사이에서 물이 솟아나며 목마른 등산객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용왕샘은 백월산 아래로 흐르는 월계천의 발원지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에서 시작된 월계천의 물줄기가 백월산 아래로 흘러내리며 부영아파트를 경유하여 홍주읍성 옆을 지나간다. 옛날부터 날이 아무리 가물어도 용왕샘은 물이 마르는 적이 없었다고 한다. 용왕샘이 마르면 홍성읍 주변의 물이 모두 마른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백월산의 또 다른 유명한 샘은 용제당샘이 있다. 백월산 동쪽기슭 월산2구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으며, 많은 사연과 전설을 간직한 샘이기도 하다. 이곳은 옛날에 용운사라는 사찰이 있었다. 지역 사람들은 용운사를 용제당이라고도 불렀다. 이런 이유로 사찰 옆에 있는 샘도 용제당샘이라고 불러왔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용운천(龍雲泉)이라고도 부른다. 옛날에 샘에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용이 승천할 때 안개와 무지개가 샘 주변으로 가득 내려앉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용운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운암이라는 절 이름도 용운천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용제당샘은 홍주목사가 기우제를 지내던 샘이었다고 한다. 날이 가물 때는 홍주목사가 사모관대를 입고 돼지를 잡아 제물로 바치며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를 지내고 나면 3일 안에 비가 왔다는 전설도 전해 오고 있다. 용제당샘으로 올라가는 계곡은 벚꽃 고목들이 울창하게 늘어서 있다. 벚꽃들의 수령으로 보아 역사가 꽤 깊은 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절의 전신인 용운사 옛 건물은 빈집으로 남아 있다. 샘에서 50여 미터 지점에 신축한 건물이 있지만, 사찰 역할은 미미한 듯하다.

용제당샘은 약수라는 소문이 나서 홍성사람들이 꽤 많이 찾던 샘이다. 홍성의 몇몇 주민들은 샘에 파이프를 묻고 계곡 아래로 흐르게 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계곡 아래 작은 집을 지어놓고 아침마다 샘물로 목욕하고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사랑을 받던 샘이다. 산 아래 마을주민들은 해마다 용제당 샘물을 떠다 장을 담갔다고 한다.

홍성 주민 중에는 한여름에 멋모르고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가 고생한 적도 있었다.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셨다가 어지러운 증세로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단다. 아마도 물에 들어있는 약수 성분 때문이었던 듯하다.

용제당샘은 지금도 맑은 물을 가득 품고 있다. 하지만 옛날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던 모습은 볼 수 없다. 절도 샘도 찾는 사람 없이 한적한 모습이다. 어쩌다가 산 아래 월산 주민들이 등산 하며 목을 축이고 가는 정도이다.

용제당샘 주변을 서성이던 중에 동네 할머니 서너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스무 살에 시집와서 70여 년을 살았다는 90대 할머니가 용제당샘에 다가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샘 앞에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잠깐 기도했다. 샘물을 떠서 부처님 앞에 조심조심 올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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