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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29> “저리 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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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29> “저리 처나”
  • 홍성신문
  • 승인 2021.04.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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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자네 입에서 드런 시궁창 냄새가 아주 진동을 허네 그려, 저리 처나. 절루 가.

-저니: 무슨 절? 수덕사? 용봉사?...아따 막걸리 한사발 했더니 세상이 빙빙 도네, 아 췐다.

<저리 처나>는 저쪽으로 비켜 있으라는 말이다. 지시어의 형태이긴 하지만 고압적이지 않고 완만한 권유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저리는 저쪽으로, 처나는 치우라는 뜻이다.

이 말은 사물에게는 쓰이지 않고 오로지 사람에게만 쓰인다. 간혹 고양이나 강아지에게도 이 말을 하면서 툭 치는 경우도 있다. (동물이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으므로.) ‘처나’는 ‘치우다’ 또는 ‘처(處)하다’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는데, ‘완전히 나가 있으라’는 뜻보다는 ‘일시적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 말은 주로 시골에서 많이 쓰이며 현재에는 듣기 힘든 말이다. 마당 넓은 집 토방에서 웃어른들이 아랫사람들에게 자리를 비키라고 하면서 마루에 오르는 경우나,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있는 동네 팔각정에서 어린 사람에게 어깨를 툭 치며 비키라고 하는 때에 흔히 쓰인다. 때로는 꼴보기 싫은 자녀 방을 치우는 엄마의 볼멘소리로, 술 한잔 마시고 일방적인 애정표현을 하는 부부의 침실 너머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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