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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보릿고개 시절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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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보릿고개 시절 고마움
  • 윤종혁
  • 승인 2021.01.16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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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순 출향인 홍북읍에 쌀 200kg 기탁
65년 전 받은 밀 한 포대 감사 늘 간직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한 노인이 있다.

아산시에 사는 이범순(77) 씨는 지난 7일 홍북읍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쌀 200kg을 기탁했다. 이 씨는 65년 전을 생생히 기억한다. 집이 가난해 배고픔을 참지 못하던 시절 이 씨는 당시 홍북면사무소에서 밀 한 포대를 받았다. 밀로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당시 동생과 함께 맨손으로 한 웅큼 쥐어 먹었던 밀 맛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고 한다.

홍북읍 용산리가 고향인 이 씨는 홍북초 4학년 1학기 때 학교를 그만뒀다. 아버지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학교를 다닐 형편이 안 됐다. 고향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서 일을 했다. 돈을 벌어 빚을 갚기 전까지는 절대 고향에 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타향살이를 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늘 그리운 고향이 생각났지만 결국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70세의 나이를 넘기고 말았다.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고향 소식을 들었다. 불현듯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2019년 1월 용기를 내서 홍북읍을 찾아 홍북초 학생들에게 과자를 선물하고 학교에 발전기금을 전했다. 지난해 7월 7일 처음으로 고향 용산리를 찾았다. 꿈에 그리던 고향. 어렸을 때 친구들과 동네에서 뛰어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이 씨는 고향을 찾아 기쁨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이범순 씨는 “아버지 손 잡고 초등학교 입학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이가 80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바람에 등 떠밀려 오늘까지 왔지만 그 시절 주린 배를 채워준 밀 한포대의 고마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며 “꿈에서라도 가고 싶었던 고향을 이제는 매년 찾아올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내년에 또 오게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고향 발전을 위해 항상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아산시에 사는 이범순 씨는 지난 7일 홍북읍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쌀 200kg을 기탁했다. 사진제공=홍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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