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쌈채소에 싸먹는 무항생제 고기 일품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필자에게 끼니란 그저 신속하고 간단하게 ‘때우는’ 것에 불과했다. 절대미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요,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도 취미가 없었던 지라 지인들이 추천하는 지역의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도대체 음식이란, 지역의 맛집이란 뭘까를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이 문을 연 생미 식당을 마지막 식당으로 소개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지난봄에 옛 방가네 가든 자리에 문을 연 생미 식당은 사용되는 농축산물을 지역에서 가져오는 로컬푸드 식당이다. 옛 지명인 생미마을, 생미고개를 되살려 이름 붙인 식당은 밖으로는 전 주인이 만들어놓은 연못이며 정원 등 넓은 부지가 있고 안으로는 한쪽은 식당으로 한쪽은 조합 모임이나 동아리 방 등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이곳의 주 메뉴는 고기와 쌈밥, 양념갈비 등으로 나가는 돼지고기는 홍동면의 이인규 씨가 키운 무항생제 돼지고기이다. 쇠고기는 정다운농장을 비롯한 홍성유기농 생산자들이 키운 무항생제 한우다. 파는 홍동면 문당리에 있는 이선재 씨가 유기농으로 키운 것이고 유기농 쌈채소는 조대성 씨를 비롯한 젊은 귀농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인 젊은협업농장에서 내는 것이다.
점장인 박희주 씨는 “친환경으로 모든 식재료를 구할 수는 없는 대신 로컬을 추구해요.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을 쓰려고 하죠”라고 말한다. 식탁에 앉아 “이건 어디서 누가 키웠는지” 하고 물어보면 이름이 나오는 식당. 내가 어떤 표정으로 웃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키운 재료, 그것을 내는 식당. 그것은 마치 내가 키우고 심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먹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특히나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만든 점심메뉴인 생미밥상은 인기폭발이다. 단돈 5000원에 뷔페처럼 덜어먹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유기농쌈채소에 불고기 등 메뉴도 훌륭해서 지역 단체 직원들은 물론 농삿일하는 지역 주민들의 새참 장소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최근 로컬푸드가 농업의 대안으로 많이 떠오르고 있다. 지역 내에서 음식을 소비하면 물류비를 절감하고 생산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등등. 그런데 그런 가치의 문제를 떠나 가장 좋은 음식은 재료의 신선함이 좌우하고 거기에 기분 좋은 주인장의 얼굴이 좌우한다. 그래서 좋은 먹거리를 찾아먹는 일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일이 아니라 즐거움의 영역이다.
미식가(美食家)란 말 그대로 음식에 취향과 멋을 더하는 사람들이다. 음식은 이제 단순한 끼니를 넘어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우리를 가르치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게 한다. 아직도 지역의 맛집들은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내가 맛이라는 주제로 누군가의 삶을 알고 싶어 해야 가능하다. 스스로가 자주 가는 음식점들을 떠올리고 그곳을 소개할 표현을 떠올려 보라. 내가 먹는 것의 출처를 알고 음식을 음미하며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작업을 해보라. 이글을 읽는 모두가 맛에 멋을 더하는 미식가가 되길. 그래서 필자가 그랬듯이 일상이 조금이나마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
▲운영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첫째 셋째 주 일요일 휴무).
▲메뉴 : 생미밥상 5000원 (월~토 점심특선), 양념돼지갈비 1인분 200g 8000원, 한우 등심 1인분 200g 3만 원, 열무냉국수 5000원 등.
▲찾아가는 길: 장곡면 도산리 산32-1 (옛 방가네가든 자리).
▲문의: 041) 642-5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