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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월산리 ‘미당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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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읍 월산리 ‘미당한우’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6.18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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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생각나면 찾는 집 … 사골 푹 우려낸 육수가 비결

 
1등급 이상 암소한우만 취급
지역 농산물·질좋은 고기 고집

더워질수록 시원한 음식이 땡긴다. 팥빙수, 콩국수, 찬 맥주. 무엇보다 여름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냉면, 그래서 이번에 소개할 음식은 냉면집이다.

입맛 떨어지는 때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육수와 함께 후루룩 면발을 넘기면 배는 부담은 없고 속은 시원하다. 냉장고가 없던 그 옛날에는 겨울에나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었다고 하니 임금님 부럽지 않은 여름의 호사다.

도시에 비해 홍성에는 냉면만 전문으로 하는 집이 별로 없다. 고깃집의 후식냉면들이 많은데 대부분 육수를 직접 하지 않는다는 집들이 많다.

그런데 고기를 주로 하는 미당한우는 냉면을 딱히 내세우고 있지도 않는데 육수를 직접 만들어 낸다.
시중에 파는 냉면 육수들도 물론 맛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게 정말 ‘맛있는’ 건지, 내 입 안의 미뢰들을 정확히 기계적으로 계산하고 가격해 ‘맛은 있다’는 소리가 나오게 하는 건지. 마치 신파 막장 영화들이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 콧물 다 흘러나오게 하는 그런 인풋 아웃풋의 맛 말이다. 그래서 전통 평양식으로 유명한 서울 사대문 안의 면옥들은 간을 적게 해 처음에 먹기에 더 심심한 기운이 있다.

▲ 직접 우려서 만든 냉면 육수.
미당한우의 냉면도 좀 그렇다. 맑은 기운이 도는 국물에 잘 끊기는 면발. 특히 새콤달콤한 육수의 베이스에 꽤나 진한 육향이 난다. 정확히 맛 세포를 겨냥한 것은 아닌데 은근히 다시 숟가락을 담그게 하는 맛이랄까.

게다가 가격도 5000원. 국내산 한우 뼈로 만든 냉면 육수인데 이 가격은 매우 착하다. 그래서 홍성서 냉면이 생각나면 찾는 집이 되었다.

계산할 때 “맛있네요” 하고 말하면 주인인 신숙영 씨는 비결을 꼭 알려 준다. “그럼요, 저희가 직접 뼈를 우려서 육수를 만들거든요. 멀리서 일부러 오시는 단골분들이 많으시니까 냉면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는데 솔직히 육수가 아까워요. 그래서 면은 남기시더라도 육수는 다 드시라고 말하기도 하죠. 다른 거 안 넣고 진짜 우려 만드는 거니까요.”

신 씨는 홍성 사람 같지 않게 말이 똑 부러진다. 그래서 손님들이 상술이려니 하고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제가 좀 맛에 민감해서 제가 만족할 만큼 내거든요. 된장도 다 집에서 만든 거고, 육수도 만든 거고. 그래서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고르고 내는 방법을 알려 드리는 건데 믿으려고 하지 않으면 솔직히 좀 속이 상해요.”

▲ 암소한우로 만든 갈비탕.
냉면을 소개하러 온 것이라 하니 신 씨가 우리 집은 갈비탕이 더 유명하다며 내온다. 과연 한 투가리(뚝배기) 가득 두툼하고 말캉한 암소갈비 살코기들이 들어가 국물이 진하다. “갈비탕 육수는 2시간, 냉면 육수는 사골뼈로 4시간 정도 푹 익혀서 만들어요. 우리는 1등급 이상 한우암소만 취급하는 덴데 한 마리를 통째로 잡으니까 다른 부위도 맛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갈비탕이고 냉면이고 다 맛있는 거예요.”

미당한우도 전에 소개한 초밥집처럼 월산에 있다. 그런데 좀 많이 떨어진 월산리다. 홍주종합체육경기장을 넘어가는 백월산 기슭에 있다.

사장인 최명수 씨는 20년 쯤 전에 ‘에시원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로얄회관 자리에서 식당을 하다 10년 전 백월산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미당’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했다.

“아내는 서울 쪽으로 가 보자고 했는데 전 시골이 좋아서 이쪽으로 옮겼죠. 아무래도 좀 외진 데 있다 보니까 가격들도 좀 내렸고요. 제가 직접 고기를 잡고 아내가 양념이며 요리를 하니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거죠.” 위치는 도청에서 12분 정도 거리로 차를 대절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오가는 것이 멀다 보니 서비스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굳이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야 다 고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냉면 하나 내어가는데도 한층 더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신 씨는 “음식에 큰 원칙 같은 것이 있잖아요. 지역 농산물을 쓰고 질 좋은 고기를 쓸 것. 그리고 중요한 양념이나 육수는 집에서 만들 것 등등. 그런 원칙들을 20년간 지켜서 만든 거예요. 큰 아들이 조언을 해줬는데 행여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조리법을 따로 적어두라고 했어요. 그런 팁 같은 것도 배워가는 게 참 재밌어요.”

원칙과 트렌드를 함께 잡고 싶어 하는 의욕적인 식당이다. 시원한 냉면이 생각날 때 들러보길.
주머니에 여유가 있다면 구이로 가게의 진가를 확인해 봐도 좋겠다.

▲운영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명절 휴무).
▲메뉴: 냉면 5000원, 갈비탕 1만 원, 육회 350g 2만 원, 암소한우 생갈비 200g 3만 원 등.
▲찾아가는 길: 홍성읍 월산리 626-2 소리둥지 아래.
▲문의: 041) 632-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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