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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 커피전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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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홍성 커피전문점들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4.16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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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더치커피·에스프레소까지 … 홍성 ‘커피 전성시대’

▲ 마라의 샘 장원석 씨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라는 커피를 핸드드립하고 있다. 장 씨는 “진하게 내리면 국화차와 같은 끝맛이 나 봄밤에 잘 어울리는 커피”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하나의 맛집이 아니라 식품이다. 정확히는 음료, 바로 커피다. 맛난 음식이 일상을 풍요롭게 해 준다면 밥 먹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또 다른 플러스다. 밥은 대충 먹을지언정 믹스 커피 한 잔 들고 봄 풍경을 둘러보는 것은 일상을 버텨내는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 된다. 함께 마시는 커피는 또 얼마나 풍부한 대화를 이끌어내는지, 밥만 먹고 헤어지는 관계와 커피까지 함께 마시는 관계는 친밀함이 다르다. 술이 관계에 취하게 하는 음료라면 커피는 각성의 음료로 관계에 집중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같은 커피는 이미 홍성에서 많이들 마셔온 기호음료다. 일설에는 “홍성이 충남도에서 가장 다방이 많은 곳이었다”는데, 여러 사람들이 만나 말이 오고가는 만남의 장소로는 술집만큼 다방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방 대신 다양한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명동상가 안의 자그마한 커피숍들은 물론 카페베네와 장군상오거리의 파스쿠찌 같은 대형 커피 체인점도 들어섰다.

이렇게 최근 들어서는 커피 전문점과 예전 다방의 차이라면 단연 그 맛의 차이에 있다 하겠다.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터라는 원두를 가지고 만드는데 커피믹스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터는 카페인과 쓴맛이 강해 설탕 등 첨가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이 같은 로부스터 종을 사용한 믹스 커피로부터 시작됐는데 최근에야 홍성에서도 원두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기려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 커피에 대한 선호도 젊은 여성에서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혜전대 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수강한 한 지인은 “의외로 커피에 대한 관심에 남성도 많았다. 수강생의 3분의 1이 남성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원두커피에 대한 선호는 불과 몇 년의 일이다. 한 커피점 관계자에 따르면 13년 전에 이미 홍성에 원두커피 점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원두커피에 대한 이해가 적어 실패했다고 한다.

▲ 다양한 카페 음료들. 사� 위 왼쪽부터1215 홍시슬러시, 모리의 블루레몬에이드, 파스쿠찌의 아포카토, 마라의 샘의 에스프레소.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나무의 붉은열매 씨앗인 생두를 볶은 다음 빻거나 갈아 물에 추출해 먹는 음료다. 로스팅(볶는 과정)을 한 원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유의 향이 달아나고 맛이 변한다. 가루로 만들면 훨씬 더 빨리 그 맛과 향이 변질된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를 먹는 데는 언제 로스팅을 하고 그라인딩(가루로 만들었는지)가 관건이다. 대부분의 홍성 커피점에서는 다른 곳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구매해 직접 그라인딩을 해서 판매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고압에서 뜨거운 물로 커피가루를 눌러 추출하고, 여기에 물을 희석해 아메리카노를 만들거나 우유, 크림 등을 첨가해 라떼, 카푸치노를 만든다.

이와 달리 핸드드립 방식은 한 종의 커피 원두를 깔때기 모양의 여과지에 물을 천천히 부어 추출하는 방식이다. 여러 원두를 섞어 진하고 묵직한 맛을 내는 브랜드 커피와 달리 핸드드립을 하면 신선한 원두 품종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지난 4월 홍성에서도 직접 로스팅하는 핸드 드립점이 생겼는데 강영석 동물병원 지하에 생긴 마라의 샘이 바로 그곳. 이곳에서는 13종류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핸드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에스프레소, 찬 물로 오랫동안 추출해 내는 더치커피까지도 맛볼 수 있다. 마라의 샘은 흔히 커피 벨트, 커피 존이라고 불리는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의 아동들을 후원하며 수요일 오후 3시부터는 커피에 관한 무료 강좌도 열고 있다.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홍성읍 월산리에는 유독 커피 전문점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노란 간판의 ‘모리’라는 카페는 홍성의 여느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음료가 매력이다. 서울에서 편집디자인 일을 하다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에 맞게 세련된 색감과 가구가 인상적인데 재미난 책도 몇 권 꽂혀 있어 혼자서 시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는데 허브와 홍차는 물론 새빨간 레드오렌지와 코발트블루 빛깔의 블루레몬 에이드, 연둣빛 청포도 주스, 샛노란 망고 주스 등 혀는 물론 눈도 자극한다. 신기한 음료 하면 홍성농협 하나로마트 뒤 1215 카페도 빼놓을 수 없는데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따서 만들었다는 이곳에는 홍시슬러시와 수삼주스와 같은 독특한 메뉴가 있다.

저녁 밤, 늦게 찾는 커피 점으로는 홍성도서관 맞은편 2층에 있는 ‘카페 로그’만 한 곳이 없다. 대부분 11시까지면 문을 닫는 커피점들과 달리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이곳은 주말에도 쉼이 없고 밤 12시까지 하는 덕분에 늦은 시각 술이 아닌 커피를 찾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된다.

어려운 커피의 명칭이며 브랜드 이름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그저 향과 맛을 음미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길 줄만 알면 된다. 커피의 어원인 카파(caffa)는 에티오피아 말로 ‘힘’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맛있는 원두 커피 한 잔으로 벚꽃 피는 봄날의 기운을 받아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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