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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군 덕산면 ‘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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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예산군 덕산면 ‘금돈’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4.0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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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향 그윽 … 육즙 살아있는 훈제 삼겹살

 
도청 공무원들이 선정한 ‘착한가게’

해산물과 달리 축산물은 제철이 따로 없다. 그런데 요즘 돼지고기에게는 제철이 생겼다. 다름 아닌 바로 이맘때.

봄이면 점점 더 거세지는 황사 때문에 돼지고기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여름 휴가지에서 바비큐로 구워먹는 삼겹살과 비오는 날 소주 안주로 찾는 삼겹살이 분위기로 먹는 음식이라면 봄에 찾는 삼겹살은 제철 보양식이다.

먼지 많은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자주 돼지고기를 찾았다는 속설에서 동의보감의 기록, 실제로 돼지고기가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까지, 먼지 마신 날 돼지고기 먹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 됐다. 게다가 예산과 홍성은 돼지농장도 많아 ‘돼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제철 맞은 돼지고기에 지역산 ‘두툼’ 생삼겹의 천국인 이곳에 이색 조리법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내포신도시에서 7분 가량이면 갈 수 있는 덕산면 큰길에서 조금 들어간 위치에 자리한 금돈. 옆에는 식당을 운영하는 이종필 최갑희 부부가 사는 집이 있고 가게 앞 너른 뜰에는 식당에 쓰일 쌈채소 등을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참다래나무 그늘 아래 직접 만든 나무그네, 거위 사육장까지 제법 ‘가든’ 분위기가 난다.

 
안으로 들어가 주 메뉴인 ‘참나무장작통삼겹살’을 주문한다. 불 위에 올리기 전 파슬리 가루 살살 뿌린 두툼한 삼겹살 모습은 그저 ‘빛깔이 여느 생삼겹보다 좀 갈색 빛이 구나’ 정도의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불에 구워 맛을 보면 의외로 제대로 참나무 훈연의 향이 나서 깜짝 놀란다. 자태는 신선육이었으나 이미 참나무 연기에 사우나 제대로 즐기고 오신 몸이었던 것. 여기에 한 번 더 놀라는 것은 씹히는 맛에 있다. 훈제라고 하면 몇 번 집어 먹다가도 기름이 쪽 빠져서 다소 텁텁하고 물리는 단점이 있는데, 이 삼겹살은 놀랍도록 몰캉거리고 육즙이 살아 있다. 훈제의 향과 삼겹살의 질감을 고루 살린 것이 이곳의 비법인 셈.
이종필 씨는 “훈제로만 하면 고기가 느끼해지고 햄 맛이 나잖아요. 그래서 훈연으로 초벌구이 한 다음 하루 숙성을 거쳐 손님상에 올립니다. 이렇게 하면 아주 부드럽고 육즙도 살아 있더라고요.” 하고 말한다.

경기 오산이 고향인 이종필 씨는 부인인 최갑희 씨와 함께 예산으로 2년 전 내려와 가게를 열었다. 연고 없이 내려와 회식에 적합한 식당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생각보다 가게 일이 쉽지가 않았다고. 하지만 두 부부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부지런함으로 손님이 없는 시간에 한숨을 쉬는 대신 새로 올 도청 손님들을 맞이할 방법들을 연구했다.날씬하고 고운 외모와 달리 억순이인 최갑희 씨는 주방을 뛰어다니다시피 하며 혼자서 음식을 만든다.

민들레 무침이며, 새송이전까지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큼만 무치고 부쳐 낸다. “따뜻한 음식에 손님 손이 많이 가니까요. 버리는 음식 없이 하나하나 손이 가는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요.”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자 채소나 양념, 김치 등은 직접 농사를 짓거나 동네 어르신들의 농산물을 쓴다. 고기 소스에는 예산의 사과를 곁들였다. 돼지고기도 직접 발품을 팔아 위생적이고 품질 좋은 유통업체를 찾았다. 그것이 지금의 유황과 버섯을 먹인 예산 진솔미코리아의 유황돼지. 좋은 돼지고기를 재료로 시간 별로 훈제해 가며 알맞은 훈제 정도를 찾아냈다. 그리고 숙성까지, 직접 개발한 메뉴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부는 생삼겹을 메뉴에 따로 넣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생삼겹을 굳이 달라고 하시는 손님들도 있다고. 어떤 손님은 숙성이 안 된 것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때마다 부부는 손님의 요청대로 하되, 같이 맛보시라며 훈제 삼겹을 함께 낸다. 그러면 자연히 손님들도 이 맛을 인정하고 훈제 삼겹을 찾게 된다고.

주위 가게들이 어떻게 하는지 신경쓰기보다 자신들의 가게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소주는 2500원이고, 돼지갈비는 400g에 1만3000원이다. 돼지값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말에 식당에서 구입해서 들어오는 가격은 내리지도 않았는데 삼겹살 가격은 1000원 내렸다. 방글방글 웃으며 손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부부, 도시서 살다 온 덕분에 도시 사람들이 원하는 친절과 서비스를 잘 캐치하는 것도 이들의 재주다.
맛있고, 서비스는 친절하고, 달라는 건 더 주고. 2년여를 손님 보고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이제 어느 정도 입소문이 돌고 다시 오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온천 놀러온 김에 한 번 더 찾았다는 40대 젊은 커플, 덕산에 살면서 가끔 이 특이한 향과 맛이 생각나 들른다는 30대 커플까지, 여기에 최근에는 서비스와 맛을 인정받아 도청 공무원노조가 직접 정한 착한가게 1호점이 되기도 했다.

예약하면 도청으로 직접 손님들을 태우러 오고 손님이 많으면 버스까지 대절해 주니 셔틀버스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회식 장소가 아닐 수 없는 것. 그래서 부부는 요즘 더 방글방글 웃는다. “식당 장사라는 게 남는 것보다 와글거리는 재미에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고기 드시고 싶다고 오시겠다면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다시 찾게 하고 싶어요.”

▲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
▲찾아가는 길 : 충남 예산군 덕산면 읍내리 덕산면사무소 방향 오른쪽
▲메뉴 : 점심 묵은지 삼겹살 1인분 9000원, 장작삼겹살 200g 1만2000원, 돼지왕갈비 400g 1만3000원, 소주 2500원
▲예약 및 차량 문의 : 041) 33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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