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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잃은 소녀가장에 새 보금자리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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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잃은 소녀가장에 새 보금자리 선물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11.23 12: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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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따뜻한 마음 너무 고마워요”

추워지는 날씨, 하루아침에 부모님과 살 집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이웃들이 집을 마련해 줘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열네 살인 민경 양(가명)은 어려서부터 엄마와 단 둘이 살았다. 식당일 등을 하던 모녀의 살림은 궁했는데 설상가상으로 3년여 전부터 민경 양의 엄마가 간경화를 앓기 시작했다. 모녀는 읍내 문을 닫은 식당을 집 삼아 지원금을 받으며 살았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민경 양은 반듯하게 자랐다. 주위 사람들을 ‘이모, 이모부’라고 부르며 따랐고 수업을 마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가 엄마 병수발을 했다. 그런 민경 양을 이웃들은 “집, 학교밖에 모르는 착한 딸”이라고 기특해 했다.

그러던 지난 12일, 민경이네 엄마는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의 주검을 발견한 민경 양은 그렇게 혼자가 됐다. 경황이 없는 민경 양의 앞날을 걱정한 건 학교였다. 반 친구들은 문상을 왔다가 음식 값이 더 나갈까 밥도 먹지 않고 만 원씩 내놓고 돌아갔다. 민경 양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학교 선생님들이 청로회 이철이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민경 양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던 이 회장과 이웃들은 민경 양의 살 곳을 구해 주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같은 경상도가 고향인 인연으로 민경이가 태어날 때부터 봐왔다던 북경반점 염정애 씨 부부가 식당 2층의 살림집을 민경 양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민경 양이 학교를 옮기지 않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 염정애 씨는 “몇 년 전 아파트로 들어가면서 비워둔 곳이다”며 “민경이랑 원래 친하게 지냈고 아이들도 다 컸기 때문에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살 곳이 정해지자 다른 이웃들은 살림살이와 집 수리를 맡았다. 홍성군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는 도배와 장판을 말끔히 새로 해 주었고, 대정전기(조원행)에서는 전기재료를, 해양상사(이근형)에서는 커텐을 후원했다. 명품가구(이원학)에서는 침대를, 청로회(이철이)에서는 씽크대를 새로 마련해 줬다. 중앙타일(김광수)에서는 화장실 변기를 바꿔 주었고, 폐차장을 운영하는 박춘화 씨는 옷장을 마련해 줬다. 살림살이마다 민경 양이 지금처럼 바르고 꿋꿋이 지내길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웃 온정으로 집이 탈바꿈을 하는 일주일 가량, 엄마를 잃었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민경 양은 반 친구네 집에서 머물렀다. 입주 하루 전인 지난 22일, 아직은 주위의 이런 관심과 도움이 불편하게만 느껴진다는 민경 양은 새로 살 공간을 둘러보았다. 말끔한 화장실, 초록나무가 그려진 벽지, 키우던 십자매까지 옮겨져 있는 것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이런 민경 양을 염 씨가 꽉 안아주었다. 서울에 사는 민경 양의 친 이모는 “데리고 가지 못해 그저 미안할 뿐"이라며 “지역민들이 이렇게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철이 회장은 “지역민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은 민경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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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2012-11-27 11:21:20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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