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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해규격 맞춰 직접 비닐하우스 지은 농민 이선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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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해규격 맞춰 직접 비닐하우스 지은 농민 이선재 씨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09.06 0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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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 강풍도 씩씩하게 이겨냈죠”

▲ 이선재 씨가 하우스 시설의 사철 부분(왼쪽)과 강판조리개(오른쪽)를 설명하고 있다.
태풍 볼라벤의 강풍으로 6일 현재 신고된 시설하우스 피해만 374건이다. 강풍에 비닐들이 펄럭이다가 골조인 철재 파이프까지 휘거나 내려앉았다.

하지만 문당리 이선재 씨(42)의 유기농채소재배 하우스 6동은 모두 볼라벤 강풍을 씩씩하게 이겨냈다. 피해액은 모두 3만 원. 날아간 환풍기 뚜껑을 교체하고 비닐 일부가 터진 것을 덧씌우는 데 든 금액이다.
“이번 바람은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비껴 불어오더라고요. 또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듯이 불었죠. 이렇게 바람이 불 때는 환풍기를 다 켜서 하우스 안의 공기를 빼야 해요. 안 그러면 공기가 팽창해서 비닐이 터져 버리니까요.”

그가 이렇게 바람의 방향까지 분석하는 하우스 전문가가 된 데는 2003년 하우스 농사를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시설업자들에 의뢰해 3동을 지었어요. 그런데 지은 지 일주일 만에 하우스가 무너졌어요. 파이프 주위에 흙을 꼼꼼히 메우지 않아 바람에 헐거워져 버린 거지요.” 드릴도 제대로 박지도 못하던 이 씨는 그때부터 하우스를 스스로 짓기로 결심하고 시설농가들을 찾아다니고 정보를 모았다.
하지만 다시 지은 하우스는 2009년 비바람이 몰아치던 6월에 무너졌다. “태풍도 뭣도 아닌 그냥 좀 많이 오는 비였어요. 나와 보니까 비바람에 비닐하우스가 지렁이 기어가는 것처럼 일렁이고 있는 거예요.” 가만 놔두면 파이프까지 휘겠다 싶어 지나던 차에서 면도칼을 빌려서 비바람 속에서 혼자 비닐을 찢었다. 따다닥 따발총 소리가 나면서 비닐이 터졌다. 3동의 파이프를 겨우 살리고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시설 3동을 갔는데 거기는 이미 새로 지은 자동개폐장치에 고인 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뒤였다.

이 씨는 군 보조사업을 신청해 하우스를 지었다. 시설업자들이 일주일이면 짓는 것을 한 달 반에 걸쳐. 내재해형 규격설계도대로 파이프와 가로대를 가장 인장강도가 높은 강판조리개를 사용해 물리고 볼트도 몇 개씩 더 촘촘히 박아 넣었다. 그것도 모자라 파이프 사이를 용접하고 서까래의 가운데를 패드와 사철을 사용해 비닐이 전혀 날리지 않게 붙여 버렸다.

“이렇게 하면 비닐에서 북소리가 날 정도로 판판한데, 그러면 비닐이 바람에 펄럭거리지 않아 전체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터져도 그곳만 터지게 돼요.” 이 씨가 스스로 고안해낸 방법이다. 4m 높이나 되는 하우스 파이프 지붕 위에서 일일이 사철 사이로 비닐을 끼워 고정시키는 작업은 주인인 농부가 직접 하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덕분인지는 몰라도 곤파스 때도 그렇고 볼라벤에도 별 피해가 없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결법을 찾으려 애쓰는 젊은 농부. 내년쯤 비닐을 교체하면서 보강공사를 할 거라는 그는 “이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그냥 경험한 것을 가지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안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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