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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페르소나(persona)와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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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페르소나(persona)와 해방
  • 홍성신문
  • 승인 2022.06.19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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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김미경 교수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필자에게 ‘해방’과 ‘구원’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게 했다. 나는 해방적인가?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돼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들을 던지게 했고, 구원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은 행복지원센터 소향기 팀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동호회 ‘해방클럽’을 결성한다. 이 해방클럽 회원들은 해방되고 싶은 것들에 대해 ‘해방일지’에 적고 그 내용을 공유한다. 어느 날 행복지원센터 소향기 팀장도 해방클럽 회원으로 가입하여 해방되고 싶은 부분을 고백한다. ‘무표정이 안 된다. 그래서 상갓집 가는 게 너무 힘들다.’ 그녀의 페르소나는 행복의 전도사이다. 그래서 행복한 모습으로 화석화 된 팀장은 웃는 얼굴로 상갓집 가는 게 너무 힘들다고 고백한다.

학과장 회의를 마치고 항공서비스학과 교수님과 코로나 상황에서 항공승무원 직업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항공승무원들이 비행기 안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예쁜 얼굴을 볼 수 없다고 불평했더니, ‘승무원들은 오히려 더 편안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친절한 미소를 입가에 물고 있어야 하는 그 강박을 마스크가 잠시라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 외적 성격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회생활을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과는 맞지 않아도 웃거나 긍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여자 교수의 전형적인 모습에 대해 미디어를 통해 학습한다. 일반적으로 여자 교수의 전형성은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페르소나로 규정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여자 교수로서 사회적으로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배역을 연기해야만 할 것 같다. 이러한 연기도 직업의 업무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교수 퍼포먼스 코드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의 상황에서 작은 스크린에 투사되는 학생과 교수의 페르소나 연기는 대면의 상황에서보다 충분히 잘 이뤄진다. 작은 스크린에서 투사되는 학생들의 페르소나는 매우 예의 바르게 열렬히 경청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수는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전달한다. 각자의 배역을 열심히 수행했지만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 각자의 거품 안에 갇혀 자신의 페르소나를 얼마나 완벽하게 수행하는가에 대한 기술만 늘었다.

삶은 연극처럼 진행되고 그렇게 이루어져야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면을 벗고 우리의 맨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 맨 얼굴도 페르소나라고 믿고 있는 삶을 살지 모르지만, 맨 얼굴을 타인에게 노출할 용기가 있을 때 해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맨 얼굴, 그것이 해방이다. 이제 코로나로 해방되고 맨 얼굴로 만나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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