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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안 없는 대안 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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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안 없는 대안 타령인가
  • 홍성신문
  • 승인 2022.05.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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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천 복원’은 홍성의 숙원이다. 물론 반대하는 주민도 있으니 모두의 숙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홍성이 풀지 못한 숙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홍성천 복원 문제가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소환됐다. 지역의 이슈가 지방선거의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당연함은 환영하면서도,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홍성천은 30년보다 더 전인 1990년 덮였다. 홍성천의 허리에 시멘트를 부어 주차장을 만들었다. ‘복개주차장’이다. 복개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2002년에는 농협 홍성군지부에서 월계천 합류지점 구간을 추가로 복개하는 구상이 알려져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후 생태환경 측면에서 복개주차장 철거 요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시민단체의 환경탐사와 수질 조사, 캠페인, 토론회, 심포지엄, 찬반 여론조사 등 주민운동이 있었다. 홍성군도 2006년 ‘홍성천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 용역을 실시하는 등 일부 움직임이 있었으나 주민운동과 함께 소강상태를 보였다.

복개주차장 철거 문제는 최근 다시 부상했다. 홍성읍 원도심 공동화 대안과 홍주읍성 복원을 포함한 문화관광인프라 구축이라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홍성의 주차난 해소 대안, 인근 지역 상권 영향이라는 상대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진일보한 논의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주민이 시작하고 지역이 키워 온 지역의 논의를 지역 정치인과 정치가 짓밟고 있는 듯하다. 복개주차장 철거에 대한 군수, 도의원 후보 대부분의 공통된 입장은 “대안 없는 철거는 반대한다”이다. 최소한 현재의 주차면수에 준하는 주차장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와 홍성신문이 공동주최한 군수후보 토론회에서 한 발언과 본지의 서면질의에 응한 도의원 후보의 답변만을 기준으로 한 결과이니 모든 정치인의 입장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홍성천 복원에 대한 홍성지역 정치인의 대세적인 입장인 것은 자명하다.

‘대안 없는 철거 반대’라는 여야를 떠난 이구동성은 쟁점에 휘말리지 않고 비켜가기 위한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군정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이냐고 묻는데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답하는 꼴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는 일말의 의지도 없이 민감한 문제를 비켜 가려는 정치인들의 ‘어물쩍, 구렁이 담 넘기’를 또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찬성을 하던 반대를 하던 명확히 제시되는 게 있어야 정치다. 구체적 실행계획을 세우고 예산과 일정을 내어 놓은 후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게 선거이다. 그래야 논의가 진전되고 해결책이 마련되는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데, 대안이 필요하다고 연신 답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홍성천 복원 문제를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는 불손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배근 더불어민주당 군수후보는 내포신도시 악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조농산을 올해 내 철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용록 국민의힘 군수후보도 악취를 발생시키는 농장에 대해서는 원인자가 책임을 지는 조례를 강구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구체적이어야 대안이고 지역 정치이다. 홍성천 복원 문제만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생태탐사 등을 통해 오랫동안 홍성천에 관심을 기울여 온 ‘환경을 생각하는 홍성교사 모임’의 한 참여자는 “복개주차장 아래는 생명이 없는 죽은 땅”이라고 강조한다. 홍성천 복원 문제에 대한 교묘한 침묵은 홍성 사람들에게 죽은 땅을 품고 살게 함과 동시에 지역 정치도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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