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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그리고 정치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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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그리고 정치혐오
  • 홍성신문
  • 승인 2022.05.02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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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특정한 현상을 싫어하거나 사람을 싫어하며 증오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보거나 만나면 기운이 내려 앉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들 말이다. 스스로의 조절한계도 원인이지만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종의 혐오(嫌惡)가 발동하는 것이다.

시카고대 Dr. Nussbaum(누스바움)교수는 ‘혐오’는 현역 정치인이 양산하며 대중들에게 공포심까지 안긴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실증한 바 있다. 그녀의 역작, <타인에 대한 연민>, <정치적 감정> 저술을 통해서다.

대선이 한창일 때, 당시 집권당 대표는 정치쇄신을 기치로 향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당의 대통령 후보 득표를 위한 살신성인 같은 의지를 내비쳤다. 신선한 충격으로, 당연히 자당 후보의 기세를 높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웬걸, 대선이 끝난 불과 며칠 만에 그 불출마 약속은 덧없이 파기됐고, 곧장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떠나,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유권자에 대한 속임수, 기망(欺妄)이란 말 외에 무엇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한 것도 부자연스러운 데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빈자리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오려고 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상식에 반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서 정치혐오가 발생한다.

또 멀쩡한 임기 4년인 국회의원 자리를 박차고 경기지사에 출마한 국민의 힘 김은혜 의원이나 충남지사에 출마한 김태흠 후보, 대구시장에 출마한 홍준표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오롯이 내 욕심이 우선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욕심으로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선거비용은 왜 국민의 세금을 충당해야 하느냐의 말이다.

더욱이 귀책사유를 일으킨 정당은 보궐선거에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 예의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들을 아예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눈이 곱지만은 않고 정치 혐오의 상승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방권력 향배를 가를 ‘지방선거’ 열풍이 한창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중앙정치인들의 이런 비상식적인 정치행태에 지방에서도 중앙 못지않은 상식에 반하는 정치혐오 현상이 남발되고 있다.

먼저 김학민 더불어민주당 홍성예산지역위원장이 예산군수로 출마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방선거를 총괄해야 하는 사령관이 부재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불출마를 선언했던 윤용관 군의원은 다시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노운규 예비후보는 공천 신청하고 컷오프 되니 무소속 도의원으로 출마하는가 하면 군수와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최선경 예비후보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며 군의원으로 출마해 많은 군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일반상식에 반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못지않다. 경선에서 떨어지면 출마하지 않겠다더니, 이종화 예비후보는 군수 경선에서 낙선하자 도의원으로 다시 체급을 낮춰 출마하고 덩달아 그 자리에서 도의원 출마하겠다던 장재석 예비후보는 다시 군의원으로 원대 복귀해야 했다. 그러자 가장 힘없는 신경진 군의원 예비후보는 그들의 힘에 떠밀려 꿈을 포기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졌다. 모두 유권자들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정치인의 이기심이 정치질시, 냉소를 더 고착화 시킨다. 이러한 혐오는 공동체 성장의 저해를 부른다. 그 종국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시카고대 Dr. Nussbaum(누스바움)교수의 말을 다시 빌린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를 최대치로 끌어들이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 했다. 그 결과로 품위 있는 사회가 조성된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언제쯤 품위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국민의힘 군수 경선에서 패한 한기권 예비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문자로 이런 인사말을 전했다.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문자를 받은 많은 사람들은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사실 한기권 예비후보가 정치 혐오라는 흙탕물 속에 한 국자의 맑은 물을 던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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