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9:19 (수)
학교 밖 청소년들의 수학여행
상태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수학여행
  • 홍성신문
  • 승인 2022.04.23 0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소년은 바다에게 말을 겁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바다가 소년에게 대답합니다. “내게 오너라, 나는 아직 너에게 가르쳐줄 것이 많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마침표보다는 쉼표란다. 그러니 초조해하지 말거나. 누구나 살면서 많은 실수를 하고 살아간다. 그렇다. 실수가 곧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야. 우리 잠깐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보자. 내가 네 곁에 있어 줄게.”

학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청소년들에게는 소풍은 사라지고 추억도 사라집니다. 같은 청소년기를 보내지만 학교 안과 밖은 온도차가 큽니다. 겨울 같은 봄을 견딜 뿐이죠. 이런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봄과 쉼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봄바람과 바다가 있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분주한 준비를 마치고 약속 시간인 새벽 6시에 맞춰 모였고 홍성에서 청주공항으로 출발합니다. 약간의 긴장감과 어색함이 흐르지만 설렘 가득한 차 안 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기다리며 제주도를 상상합니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합니다. 비록 비가 오는 날씨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비 따위는~ 역시 제주 공기는 다르네요. 아이들 모두 “와~ 제주다”를 외치며 여행을 시작합니다.

‘역사기행’을 주제로 제주도를 돌아봅니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제주 4·3역사박물관에서 역사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너븐숭이기념관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에게 추모하며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크투어리즘의 현장인 알뜨르비행장, 제주 대정읍에 위치해 있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군사 기지화를 위해 제주도민을 강제 동원해 건설한 군용 비행장이다. 알뜨르비행장은 ‘마을 아래에 있는 너른벌판’의 뜻을 가지고 있는 알뜨르에 조성되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음 한편에 무거움이 짙게 내려앉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시원함이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동하다가 예쁜 카페가 발견되면 그곳에 머물며 제주도를 느낍니다. 시원한 커피와 음료, 그림 같은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면 쉼표를 찍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찾아냅니다. 그럼 또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자유도 함께하는 여행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 숙소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주도라는 장소가 주는 행복함, 이전 여행과는 사뭇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움, 학교를 그만두고 난 뒤 처음 느끼는 즐거움, 혼자라고 느꼈지만 친구들과 같이 여행하면서 느끼는 친밀감과 소속감으로 행복했다 말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하나하나 너무나 예쁩니다. 어쩌면 저는 꿈드림 청소년들이 행복해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 봅니다.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제주도 수학여행을 오기까지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홍성군청 교육체육과에서는 행정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셨고, 지역의 여러 사람들이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분들이 계셨기에 제주 햇살과 바람보다 더 싱그럽고 환하게 웃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쉼으로 떠난 여행에서 보석을 발견하게 된 기분 좋은 여행, 바다가 소년의 곁을 지켰듯이 홍성지역 학교 밖 청소년들은 센터를 비롯한 지역민들이 함께 아이들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