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1 (금)
“단 하루도 어머니라 여기지 않은 적 없다”
상태바
“단 하루도 어머니라 여기지 않은 적 없다”
  • 윤종혁
  • 승인 2022.01.24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곡 임종열, 20년 넘게 독거노인 모셔
​​​​​​​경제적 여유 없어 ‘병원비’ 막막할 따름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조옥주 할머니. 오른쪽이 임성열 천세희 부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에게는 물이 피보다 진할 수 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임종열·천세희 부부는 2008년 장곡면 광성리로 이사 왔다. 부부 곁에는 80세가 넘은 주옥주 할머니가 함께 있었다. 임 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장모님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9월 임 씨의 장모님이 갑자기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 갔다. 나이가 많고 신장이 좋지 않아 입원치료를 해야만 했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부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그 동안 말 못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주옥주(94) 할머니는 임종열 씨의 장모님이 아니었다. 몇 십 년 전부터 가족없이 혼자 생활하던 분이었다.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맺어진 인연이 부모·자식의 관계로 이어진 것이다.

홍동면 홍원리가 고향인 임종열(75)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났다. 장사도 하고, 직장생활을 했다. 잠시나마 공직에서 일하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 경기도 안산에서 자리를 잡았다. 고생 끝에 2002년 안산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이사를 했더니 기존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던 주옥주 할머니가 이사를 가지 않고 계속 살고 있었다. 부부는 혼자 사는 사정이 딱해 계속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정이 들었다. 함께 밥도 먹고 대화도 자주 했다. 어느날 갑자기 임 씨의 건강이 나빠졌다.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향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오서산 가까운 곳에 땅을 구입하고 거처를 마련했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주옥주 할머니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혼자가 될 할머니 걱정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부부는 결국 주옥주 할머니를 모시고 홍성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부부는 주옥주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잘 모셨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부는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집 앞 작은 텃밭도 만들고 오서산도 매일 오르며 건강을 지켜 나갔다. 누가 봐도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었다.

주옥주 할머니의 병환이 길어지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정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임종열 씨는 그동안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며 가계를 꾸려나갔다. 주옥주 할머니가 아프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생활했지만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치료비 등 이런저런 돈이 많이 들어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올해는 산불감시원으로 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종열·천세희 부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 장곡면노인회에서도 힘을 보탰다. 광성리 김만중 노인회장은 “세상에 이런 효자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지극정성 모셨다. 내 부모도 그렇게는 못 모실 것”이라며 “임종열 씨가 병원비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선행이 널리 알려져서 무거운 짐을 혼자만 짊어지지 말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나눠서 짊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종열 씨는 “엄마와 인연을 맺은 이후로 단 한 번도 어머니라 여기지 않은 적이 없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어머니와의 인연을 끊을 수는 없다. 힘닿는 순간까지,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자식된 도리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계좌 농협 477-149-52-107722(예금주 임종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