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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 신나게 달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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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 신나게 달려 볼까”
  • 강상규 수의사
  • 승인 2022.01.2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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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하다 1

오래전 홍성읍내에는 동보극장이라고 있었습니다. 지금 그 터에는 여러 병의원들이 들어서 있는 하나빌딩이 자리하고 있지요. ‘동보극장’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 당시에 봤던 영화들이 떠오르며 추억에 잠기는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됩니다.

홍성읍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을 모두 보낸 저에게도 바로 그 동보극장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 쯤인걸로 기억합니다. 인생 첫 ‘내 자전거’를 갖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죠. 동네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읍내 골목골목을 달리며 놀곤 했습니다. 그 무렵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가 개봉하여 동보극장에서 상영하게 되었어요.

친구들과 갔는지, 아니면 누나와 갔는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저는 집이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굳이 자전거를 타고서 극장엘 갔습니다. 극장 앞에 자전거를 잘 잠궈두고 들어가 영화를 보는데, 너무나 감동을 받아서 눈물까지 흘렸던거 같아요. 특히 주인공 아이들이 자전거앞에 E.T.를 태우고 마구 도망가다가 동그란 달이 뜬 밤하늘로 날아 오르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굉장한 감명을 받았었지요.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내 자전거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밖에 나왔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제 자전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게 아닙니까. ‘아닐 거야, 아닐 거야’라고 중얼거리며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극장 주변을 그리고 읍내 여기저기를 몇 시간 동안 헤매며 자전거를 찾아 돌아다녔어요.

해질 무렵이 되어 낙심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조양문 너머로 펼쳐진 석양은 정말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져서 왠지 상심한 나를 그리고 부모님께 혼날 걸 걱정해 겁먹은 그런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3학년밖에 안 된 어린 때였지만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남아 있을 정도이지요. 그때 저에게 유일한 ‘내 것’ 자전거를 도둑맞은 최악의 날에 가장 아름다운 최고의 석양빛으로 위로받았던 어린 날의 추억. 아마 그때부터 자전거는 제 인생에 특별한 의미로 쑤욱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매일 자전거타고 내포~홍성읍 출퇴근

학업을 마치고 홍성으로 돌아온 지 올해로 17년째가 됩니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바로 그 동네에서 생업을 이루며 자리를 잡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고향이 저에게 준 정말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연히 누군가 제게 자전거와 홍성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지요.

그래서 이렇게 ‘동보극장’ 추억을 시작으로 저의 자전거 이야기를 꺼내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어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자전거와 함께 했던 이야기들만 하나하나 풀어놔도 꽤 양이 많을 것 같긴 합니다. 자전거 타고서 중2 딸아이와 국토종주 한 이야기, 초딩 아들 녀석과 자전거를 타고서 홍성에서 동해바다까지 갔던 이야기, 자전거 타는 캠페인을 벌여 기부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었던 이야기, 시각장애를 가진 분과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일주를 했던 이야기 등등 말이지요.

가능하다면 지나간 저의 자전거 추억들만 이야기하기 보다는 홍성자전거 여행지도라든지, 홍성과 인근 도시들을 이어주는 자전거길을 제안하는 것과 같은 제가 꿈꾸고 있는 것들에 대해 써보고 싶다는 게 제 글의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내포에 거주 하면서 홍성읍내로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가족 또는 친구들과 더불어 때론 혼자서도 자전거를 타고 홍성군 내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기도 하고, 예산, 당진, 서산, 공주 등 이웃 도시들 까지도 다녀오곤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차가 많이 다니는 일반 도로보다는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안전한 둑방길이나 농로를 찾아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자전거 타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자전거 타는거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내와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타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길을 찾아다니게 되었지요. 내포와 홍성읍내를 오가는 출퇴근 코스만 하더라도 일반 도로로 가면 6km 정도면 되는 거리를 일부터 돌아서 10km 또는 15km 정도 길이의 한적한 길로 다니고 있답니다.

자전거 타기에 너무나 좋은 길인데 아는 사람만 알지 실제로 수년간 다녀 본 바로는 이 코스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구요. 자전거를 목적지까지 빨리 가야만 하는 교통수단으로 탄다면야 이렇게 먼 길로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만 요즘 세상에 자전거를 그런 의도로만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네요. 목적지에 빨리 가는 것에만 연연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복잡한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들어 자전거를 달리다 보면 자동차로 지나칠 때에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홍성의 아름다운 속살과도 같은 풍경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자전거타며 홍성 아름다움 만끽

이렇게 긴 글을 써 보기는 처음이라 서론 쓰는 것만으로도 힘겹네요. 마치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제가 홍성신문의 소중한 지면을 통해서 이렇게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목적은 딱 한 가지 입니다. 저의 글을 읽은 누구라도 ‘나도 자전거 한번 타 볼까?’, ‘나도 자전거 타고 남당리 바닷가까지 한번 가 볼까?’ 또는 ‘나도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해 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자전거 안장위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면 저에게 그보다 더한 보상은 없을 겁니다.

자전거 관련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전거 타기는 인생과도 같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 말은 그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지요(상대성 이론도 자전거를 타다가 만들어 냈다는 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좀 믿기 어려운 이야길 하나 해드릴까요? 저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가끔 신기하게도 자전거가 저에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내리막 어때? 신나지?’, ‘조금만 더 패달을 굴려봐’, ‘여기선 잠시 멈춰 보는 게 어때?’, ‘바람 소리 너무 좋지 않니?’, ‘손에 긴장 좀 풀어. 릴렉스~’, ‘짐은 나에게 맡겨 친구’.

근데 자전거 타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저만 이런 걸 경험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그 말은 여러분들도 자전거가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저의 첫 글을 매듭지으려 합니다. 제가 글 쓰는 데에 소질이 별로 없어서 기승전결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그냥 자전거를 타면서 너무나 행복해진 사람이 그 행복한 즐거움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한다는 걸로 여겨 주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셨기를 바래봅니다. 다음편 내용을 예고 드리자면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을 아이들과도 비교적 안전하고 여유롭게 자전거로 오갈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할 생각입니다. 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합니다. “함께 신나게 달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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