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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총각이 장가들 때 큰 역할 한 웃골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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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총각이 장가들 때 큰 역할 한 웃골샘
  • 홍성신문
  • 승인 2022.01.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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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 샘을 찾아
웃골샘 모습
샘 밖으로 흐르며 차례로 고이는 물

홍성군 장곡면 대현리1구 웃골마을 입구에 오래된 샘이 전해 온다. 대현리의 위쪽 골짜기에 있다고 하여 ‘웃골샘’이라고 부른다. 다른 이름으로는 ‘중동샘’으로도 부른다.

대현리 웃골 마을은 장곡산성이 동남쪽 들판 건너편으로 빤히 건너다 보인다. 마을 북서쪽으로는 숯고개가 길게 이어지며 넘어간다. 웃골마을에는 샘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온다. 옛날 웃골에 사는 총각과 선을 본 처녀 부모님이 결혼승낙을 하는데 샘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처녀 부모님은 딸이 시집오면 샘이 가까워서 아침저녁 물 떠 나를 고생은 면하겠다고 생각했단다. 다른 것은 볼 것도 없이 샘과 집이 가까워서 두말 않고 딸을 시집보냈다는 일화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부엌에 물을 담아놓는 큰 두멍이 있었다. 물지게로 서너 번을 길어다 담아야 물이 두멍에 가득 찼다. 젊은 새댁은 새벽 일찍부터 식구들의 세숫물과 아침식사 준비에 필요한 물을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다. 집과 샘이 멀면 멀수록 시집 온 새댁의 물 떠 나르는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두멍에 물이 없으면 며느리가 게으르고 집안 살림을 못한다고 구박이 심했다. 물동이에 항상 물이 가득 차 있어야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실제로 대현리에 사는 92세 된 김씨 할머니는 물 떠 나르는 고생이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특히 한겨울에는 물 떠 나르는 고생이 몇 배나 더 심했다. 김씨 할머니는 20세에 시집 와서 70년 넘게 마을에서 살아오고 있다. 처음에 시집 왔을 때는 집이 샘에서 몇 백 미터나 떨어진 먼 곳이었다.

아침저녁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나르는데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시집 와서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어렵게 물을 지고 집에 오면 모두 흘려서 물통에는 반도 안 남았다. 몇 달 동안 반복하다 보니까 요령이 생겨서 물을 흘리는 일은 조금 덜했다. 몇 년 후에 샘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왔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침저녁 물 길어 나르는 일이 수월해지면서 시집살이에서 모두 해방된 기분이었다.

웃골샘 내부 모습

대현리 웃골샘은 땅속 암반 틈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노천샘이다. 샘 머리 위로는 넓적한 자연석이 뚜껑처럼 덮여 있다. 샘물이 콸콸 용솟음치며 올라올 때 물속 모래가 회오리치며 옆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좋은 구경거리였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냉장고처럼 시원하여 땀띠나 옻 오른 사람에게 특효였다.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 안개처럼 피어올라서 그림 같은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 지금도 변함없이 땅속에서 맑은 물이 솟아오르고 있다.

현재는 샘이 도로 속에 굴처럼 파묻힌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을의 진입로를 넓히는데 샘이 바로 길가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고민이 컸다. 하는 수 없이 샘을 덮고 있는 바위까지 진입로를 넓히고 포장했다. 다행인 것은 샘 주변을 자연석 암반이 보호하고 있으므로 원래 모습은 훼손하지 않았다.

현재 샘 앞에는 창문을 달아놓고 오염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샘물이 넘쳐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흘러내리며 두 곳에 차례로 고이도록 했다. 맨 위쪽에는 식수로 떠가는 물, 그 아래로는 빨래를 하는 물이 고이는 형태이다. 주변이 정비된 샘 위로는 빗물이나 햇볕을 차단할 수 있는 지붕도 만들어 놓았다.

웃골샘은 옛 시절에 마을 30여 호가 모두 사용했다. 문명이 발달하고 마을마다 상수도를 사용하면서 웃골샘도 생명수를 제공하던 역할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샘 주변 몇몇 집들은 샘에 파이프를 연결하여 아직까지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김장이나 빨래는 샘으로 나와서 처리하는 마을 주민들이 많다.

웃골샘에서는 2월 초하룻날에 매년 샘제도 지내고 있다. 옛날에는 샘 주변에 황토를 뿌려놓고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을 정도로 상당히 엄격했다.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은 며칠 동안 문 밖 출입도 삼가야 했다. 현재는 옛날의 엄격하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웃골샘은 아직까지 마을을 위해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많이 남아 있다. 마을 주민들의 웃골샘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샘물처럼 넘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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