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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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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1.10.23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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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고 오롯 채정옥 작가

한창 자신의 꿈을 찾아갈 나이, 초등학교 3학년 때 꿈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유난히 독특한 그림을 그린 한 학생의 스케치북을 북 찢어가 교실 뒤 게시판에 붙여뒀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 학생은 이제는 그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멋진 작가가 됐다.

채정옥(34) 작가는 ‘저는 이제 말이 트였어요’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게 편했던 채 작가는 남들보다 빠르게 성숙해졌다. 많은 경험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 시작해 뒤늦은 사춘기가 왔다.

미술 통해 감정 표현

홍동면에서 태어난 채 작가는 중학교 시절 단짝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서로 그린 그림을 바꿔 보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를 더욱 느끼게 됐다. 친구와 같이 미술입시학원을 취미반으로 등록해 같이 다니다가 언니, 오빠들이 수채화나 데생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조금씩 기법을 배우게 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입시까지 준비하게 됐다. 한국화와 서양화를 전공한 채 작가는 대학 시절 재료를 만드는 일도 굉장히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홍성으로 돌아와 어린이미술학원에서 4년 동안 아이들에게 미술을 알려 줬다.

“일을 하면서 공황장애를 겪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마음이 약했던 것 같아요. 집에만 있기도 싫고, 의미를 찾으려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말레이시아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어요”

의미를 찾으려 떠난 여정이 채 작가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자신의 워킹홀리데이 경험은 책으로 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좋은 경험이 됐다. 처음 일했던 가게는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당시 지내던 월셋집 주인의 가게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월셋집 주인 부부도 자녀들이 외지에 나가서 생활했어서인지 정을 다 채 작가에게 쏟았다. 부부와 영어로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어도 자연스럽게 늘게 됐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온 채 작가는 현재 홍성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작품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때 자신의 감정’이다. 마음이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채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채 작가 전시회 방명록에는 자신에게도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채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염소가 많다. 2018년 첫 개인전인 ‘나는 내가 아니라 왜 염소인가’를 살펴보면 왜 염소가 자주 등장하는지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풀을 뜯는 염소들의 ‘표정 없는 얼굴’이 훌쩍 커 버린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을 느꼈다. 채 작가는 염소를 통해 자신이 바라본 세상, 자신의 이상향 등을 표현하고 있다.

선생님 역량 강화 수업, 잇슈 심야학당, 꿈다락 프로그램, 금마면 마을학교 등 다양한 미술 교육도 함께 이어 오고 있다. 수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잘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은 이렇게 해야만 잘한다고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죠. 첫 수업을 가면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려고 해요. 같은 주제라도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 가기도 한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찾다

채 작가는 한국화를 주로 그리고 있다. 다소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채 작가는 한국화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딱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일이 없을 때는 시간은 주로 별의별 공방에서 보내고 있다. 요즘에는 우드스틱과 캠핑에 푹 빠져 있다. 무언가를 태우는 것에 심적 안정도 느껴지고, 향긋한 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멍을 때리는 일도 좋아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일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아니면 일기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자신과 같은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해 줄 테니 별의별 공방을 찾아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는 문화예술 행사나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싶어요. 제가 아직까지도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아서 거절의 연습이나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잇슈와 함께하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잘 끝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공부도 더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렸던 그림들은 어떻게 보면 단편적이고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 스토리인데, 이걸 이어서 하나의 동화책이나 책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내년에는 큰 스토리를 짜고 내후년에 출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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