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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통해 다양성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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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통해 다양성 함께 나누고 싶다”
  • 윤종혁
  • 승인 2021.10.02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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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공모전 대상 차지한 이병칠 씨

홍성군문화특화사업단이 문화도시 홍성 이미지를 찾기 위해 개최한 ‘제2회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공모전’을 마무리하고 총 37편의 최종 수상작을 발표했다. 전국에서 446편의 작품이 접수돼, 1차 비대면 심사와 2차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이 선정됐다. 공모전 대상은 갈산면행정복지센터 민원팀장으로 근무하는 이병칠(58) 씨의 작품 ‘만해를 찾아서’가 차지했다.

이병칠 팀장은 20여 년 전부터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말이 되면 전국 곳곳을 다녔다. 동호회 활동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렌즈에 담기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 됐다. 2018년 1월 10일, 아침부터 굵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설경을 찍기 좋은 날씨라 생각해 부리나케 카메라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눈이 많이 내리면 꼭 가 보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은 결성면 한용운 생가지를 찾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눈 쌓인 생가지가 아닌 하얀 눈 위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연인들의 발자국이었다. 발자국에서 시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의 모습을 보았다. 내리는 눈 때문에 발자국이 사라질 것 같아 연신 셔터를 눌렀다. ‘만해를 찾아서’라는 작품 속 사진이 탄생했다.

디카시 공모전이 아니었으면 혼자만의 사진이 될 뻔 했다. 우연히 디카시 공모전을 알게 됐고 그동안 찍은 사진을 뒤적이다가 지금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찍을 당시의 감정을 되살렸다. 발자국의 의미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펜을 들었다 내렸다 여러 번 반복하다가 제목을 정하고 시를 써 내려갔다. 시를 전문적으로 써 보지는 않았지만 평상시 취미인 독서가 큰 도움이 됐다. 만해 한용운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했다.

공모전 심사위원장을 맡은 디카시연구소 김상옥 대표는 “만해의 시 ‘님의 침묵’의 주제인 현실적 이별을 의지적, 정신적 합일로 승화시켰다. ‘님’은 갔는데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한 역설과 수상자의 시 내가 ‘만해를 찾아’갔는데 ‘님은 다시 옵니다’라는 반어가 맞닿는데 눈 쌓인 만해 생가의 풍경이 시적 의미를 증폭시킨다”라고 평가했다.

“제목을 정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미처 몰랐습니다. 사진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디카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대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디카시라는 예술 분야를 알게 된 점이 더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디카시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병칠 팀장은 요즘 사진 찍는 재미를 새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언제 어떤 모습이 카메라에 담길지 기대된다고 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다릅니다. 하나만 바라보면 전체가 안 보이고 전체를 바라보면 하나가 안 보입니다. 아주 작은 것도 세밀히 볼 줄 알아야 하고 전체적인 큰 그림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잘 찍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 찰나를 렌즈에 잘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성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이다. 주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순간을 포착해 시적 영감을 얻고, 5행 이내의 짧은 시적 언술과 영상을 하나의 텍스트로 한다. 2016년 국립국어원 문학용어로 정식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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