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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거점 둔 기업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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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거점 둔 기업 키우고 싶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9.27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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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

도시청년 시골에서 창업

김만이(34) 대표의 초록코끼리 사무실은 장곡면 대현리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10년간 사용하지 않던 낡은 건물을 직접 청소하고 보수해 회사 건물로 쓰고 있다.

초록코끼리는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를 이용한 밀키트와 농산물을 골라서 주문할 수 있는 ‘덤보박스’를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로 서울시가 주관한 지역창업 프로젝트인 넥스트 로컬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도시태생으로 원래는 농업 관련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도시 사람이 생각하는 농촌이 낙후되고, 느리고, 쇠퇴한 이미지와 달리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사람답게 사는 곳이며 농산물들도 땀과 노력이 들어간 귀한 것 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을 알리고 싶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가 젊은 나이에 시골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김 대표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는 게 부모님들이 걱정하지 않는 삶이잖아요. 하지만 좀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농촌과 호흡하기 위해 노력

그가 농촌을 사업 발판으로 한 이유는 또 있다. 농촌의 가치를 말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본사를 강남에 두고 있는 것은 단순히 농촌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정말로 농촌의 가치에 대해 말하려면 농촌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보다 열악한 창업환경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 도시의 경우 음식관련 사업을 하려고 하면 공간이나 인력 등의 기반이 충실하다. 하지만 기반이 없는 이곳에서는 모든 걸 직접 해야 한다. 사무실도 기자재를 돈을 벌어 하나씩 채워가는 식으로 하고 있다.

내려와서 자신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현실도 깨달았다. 원래 밀키트 사업은 그가 생각한 2번째 사업아이템으로 원래 1순위는 흠이 있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 등을 파는 ‘어글리마켓’을 준비했다. 하지만 단순히 상품을 받아서 시장에 넘기는 게 아닌 유통업자와 소비자, 생산자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기반을 갖추지 못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성공 사례로 청년창업 이끌고 싶어

그가 판매하는 농산물은 대부분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3종류의 밀키트의 재료도 마찬가지다. 목살스테이크는 홍성의 돼지와 주변 친환경 채소와 계란을 이용한다. 남당항 감바스는 남당항에서 나오는 조개를 쓴다. 생미두부전골은 지역에서 잘 알려진 생미두부를 사용한다. 친환경 농산물을 소량으로 분리해 파는 덤보박스는 50g, 100g 씩 골라서 담을 수 있게 해 꾸러미 상품이지만 좀 더 소비자 취향에 맞춘 상품으로 판매한다.

올해 매출목표는 2억으로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랜드도 어느정도 알렸기 때문에 아무 기반없이 창업 첫해에 이 정도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앞으로 밀키트 사업은 고급화해서 계속 끌고 가고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사업도 준비 중이다.

사업 외에도 그가 농촌에서 창업하면서 습득한 경험을 나누고 싶은 생각도 있다. 김 대표는 농촌에서 창업하고 싶은 청년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길 환영한다고 말했다. 좀 더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와서 농촌에 숨겨진 것을 도시에 전달하는 기반을 만들어 놓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찾은 또 다른 나

그는 3년간 고생하면서 자신의 한계도 느겼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또 다른 나를 농촌에서 만드는 느낌이 들어서 즐겁고 미래가 더 기대된다. 앞으로 장곡면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회사로 키워가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앞으로 어차피 떠날 사람이야' 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힘들다. 그래도 농촌기반의 회사는 농촌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회사가 크게 성장해도 장곡면에 본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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