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홍성역의 모습은 ‘대단’ 그 자체였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승객들이 서산, 태안, 당진 가는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던 모습이 뇌리에 생생하다. 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당시에 홍성역은 서부지역 교통의 중심지였고 큰 역이었다. 역의 등급은 역장의 직급에 따르는데 관리역, 보통역, 운전간이역, 배치간이역, 무배치간이역, 임시승강장, 조차장, 신호장, 신호소등 등급 별로 다양하게 나뉜다.
철도청에서 코레일로 바뀌면서 전국에 17개 지사 조직을 만들었을 당시의 충남지사가 홍성역에 소재해 있었을 만큼 홍성역은 장항선의 대표적 관리역 이었다. 관리역이란 특정지역에 위치한 역들을 지휘 통솔하는 일종의 대표역이다. 관리역은 대부분 인근 지역 보다 해당 지역의 규모가 크면서 유동인구 또한 많은 지역에 관리역 지위를 부여한다. 오늘날 홍성역은 도고온천역, 신례원역, 삽교역, 예산역, 화양역, 신성역, 광천역, 원죽역등 총 9개역을 관리하는 관리역이다.
홍성역은 2012년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전하면서 도청소재지 역이 되었다. 또한 2015년 홍성역 일원에서 서해선 복선전철 기공식이 거행되면서 홍성에서 서울까지 45분에 주파하는 환 황해권의 중심 역으로 급부상 중이다. 명실공히 홍성은 충남의 행정수도이면서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 다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홍성역은 그 위상을 스스로 찾아가지 못함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충남의 도청소재지에 걸맞게 이제 역명도 바뀌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기존 홍성역에 다섯 글자를 추가해 ‘(충남도청역) 홍성역’이 되어야만 도청소재지 홍성에 걸 맞는 역명 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도시의 규모에 맞게끔 어울리는 옷을 입혀야 한다. 홍성군이 시 승격을 추진하는 이유도 바로 충남 도청소재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옷을 입자는 것 아니겠는가? 역사 역명도 마찬가지다. 홍성의 관문이며 도청소재지역인 홍성역에 충남도청역이라고 표기를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충남의 행정수도 관문임을 포기함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홍성군의 행정은 이에 대한 생각도 시도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도청이 들어서고 시대적 환경이 변하면서 홍성의 대표 홍보 문구도 ‘축산의 메카 홍성’에서 ‘충남 도청소재지 홍성’으로 바뀌었음에도 충남 도청소재지 역에 걸 맞는 ‘(충남도청역) 홍성역’은 왜 추진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인근 예산군은 삽교역사를 설치해 달라고, 그리고 그 삽교역을 충남도청역으로 해 달라고 군수가 앞장서서 범 군민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홍성은 천하태평이다.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새로운 것을 유치하진 못해도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빼앗긴다면 그로인한 홍성군민의 상실된 자존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충남 도청소재지 홍성의 관문답게 모든 군민이 한마음이 되어 ‘(충남도청역) 홍성’을 하루빨리 이루어내자. 그나마 예산에 빼앗기기 전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