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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의혹에서 의장직 상실까지…73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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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의혹에서 의장직 상실까지…73일의 기록
  • 윤종혁
  • 승인 2021.07.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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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홍성군의회 윤용관 의장이 취임 1년 18일 만에 의장직을 잃었다. 5월 10일 홍성신문 보도가 시작점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윤용관 의원은 도박 전과가 발목을 잡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라는 이유로 의장에 선출됐다. 윤 전 의장은 의장이 되고 난 후 의장실에 ‘윤용관 의원 의정강령’을 걸어놓았다. 의정강령 중에는 ‘의원직을 수행함에 있어 부정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치 아니하며 특히 염려하고 계시는 사행성 오락 등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여도 참여도 아니할 것이며 검소한 생활에 솔선수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의장이 된 후 여러 가지 제보가 이어졌다. 의장 지역구에 있는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의장 때문에 일을 못 할 정도”라고까지 말했다. 올해 초부터 사람들 사이에 윤 전 의장이 도박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 금액, 같이 한 사람들이 누구라는 말까지 더해졌다. 홍성신문 보도 이후 윤 전 의장은 “도박을 한 적이 없다. 누군가 나를 음해하기 위한 악의적인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충남지방경찰청에서는 윤용관 의장 도박과 관련한 CCTV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광천읍 장례식장을 찾았다. 홍성군의회는 5월 10일 긴급 모임을 갖고 윤용관 의장에게 소문과 관련한 해명을 요구했다. 윤 의장은 의원들에게 일주일 동안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도박 의혹 보도 후 곳곳에서는 의장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홍성신문에서는 도박뿐 아니라 이봉주 마라톤 대회 후원금 횡령 의혹 등과 관련해 취재를 하고 보도를 했다. 윤 전 의장은 홍성신문 보도 후 22일 만인 6월 1일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며칠이 지나도 윤 전 의장은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의장을 선출한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조차 없었다. 주민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민주당홍성예산지역위원회에서는 6월 9일 입장문을 통해 ‘의장이 궐위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문이 발표되자 윤 의장은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7월 1일자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장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누가 의장이 될지 관심이 높아졌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몇몇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다. 8대 의회 개원 3주년을 맞이한 지난 1일 윤 전 의장은 ‘무소속 의원으로 직무수행에 전념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사퇴를 번복하자 개원 3주면 기념식도 진행되지 못했다.

의장 스스로 약속을 뒤집자 민심을 싸늘하게 식어갔다.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10명의 의원들은 7월 5일 ‘홍성군의회 위상을 실추시킨 의장을 인정하지 않고 윤용관 의장의 모든 회의 진행을 거부한다’며 의장 사퇴를 촉구했다.

홍성신문에서는 도박 의혹뿐 아니라 윤 전 의장과 관련해 7월 19일까지 17건을 연속 보도했다. 정책협의회 자리에 의장이 사회를 보려고 하자 의원들이 회의장 입실을 거부했다. 결국 윤용관 전 의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결국 지난 21일 진행된 임시회 본회의에서 10명 의원 전원 찬성으로 ‘의장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윤 전 의장은 홍성신문 보도 후 73일 만에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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