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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처럼 말하고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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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처럼 말하고픈 아이들
  •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 승인 2021.07.26 08:36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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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7

<알사탕> 백희나(지은이) / 책읽는곰

백희나 작가 그림책은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습니다. <알사탕>도 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심조심 다 읽고 난 <알사탕>은 제 입에서 ‘우와!’가 쏟아지며 백희나 작가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서 이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주고받으며 읽기가 가능하고 아이들의 속마음을 얘기하기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읽어주기 곤란한 부분이 한 군데 있었습니다. 아빠의 잔소리 부분입니다. 그림책의 오른쪽은 온통 아빠의 잔소리로 빼곡합니다. “숙제했냐? 장난감 다 치워라. 이게 치운 거냐? 빨리 정리하고 숙제해라….”

띄어쓰기도 필요 없이 잔소리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숨 쉴 틈도 없지요. ‘이 많은 잔소리를 어떻게 읽지. 빼고 싶지도 않고 빼서도 안 되고.’ 어떻게 읽어야 듣는 아이들이 덜 지루할까?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듣는 이를 참여시키면서 읽기, 즉 아이가 읽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 수가 많을 때입니다. 소수일 때는 그림책이 바로 앞에 있으니 글자가 잘 보이는데, 그림책은 한 권이고 아이들이 반 전체이면 글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읽어 주기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저는 아빠의 잔소리를 그대로 복사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가 아빠의 잔소리가 나오면 그 잔소리를 나눠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듣기만 하던 잔소리를 내뱉었습니다. 큰 소리로 읽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잔소리에 동그라미 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동그라미를 쳤고 더 있다면서 다른 잔소리를 쓰기도 했습니다. 읽어 주기 곤란했던 부분이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채워졌습니다.

올봄, 백희나 작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았습니다. 이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린드그렌을 기리며 스웨덴 정부가 만든 상입니다. 듣기만 한 잔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은 아이들이 갈래머리 삐삐와 닮았습니다. 삐삐처럼 시원히 말하는 아이들이 많기를 바라봅니다.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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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린 2021-07-28 13:02:19
최고입니다~ 아이들과 유쾌한 수업을 위한 고민에 박수를 드립니다~선생님 덕분에 저도 좋아하지만 아이들도 좋아지게할 자신이 붙는듯해요

정금영 2021-07-29 10:27:15
안녕하세요. 교수님. 지난 학기 교수님 대면 수업 들었던 연세있는(?) 학생입니다. 선생님의 수업은 책이 마술로 변하는 순간이었어요. 혼자 읽기, 조용히 읽기와는 다른 세상이더군요. 논문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제관련 조언은 ....^^ 제가 봐도 왜 저렇게 했을까 싶을 정도였고, 잘 알아듣고 이번 학기 과제쓰기에 적용하고 있어요. 용기와 동기가 생겼어요.그런데 아이들이 삐삐처럼 말하고 싶어하는 군요. 하긴 잔소리를 흉내내보는 건 재미있기도 하고 조망수용능력, 희화화를 통한 여유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공부와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선생님 모습이 좋아요. 창의성도 과제 중 하나인데요, 목격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이희영 2021-07-29 13:26:37
예전에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니 애들 반응에 신경쓰느라 몰입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나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보다보니 예전보다는 더 여유있게 보게 되네요. 기억 어디쯤에 있는 책 내용을 떠올리다 다시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역시나 좋네요!
나도 동동이처럼 알사탕이 생긴다면 누구의 마음을 듣고 싶은지도 고민해해봅니다.
그리고나란히 놓인 퀵보드와 스케이트보드를 보며 우을한 날, 무료한 날 나와 함께 차 한잔 마셔줄 친구도 떠올려봅니다.
폭염에 지친 하루하루 나를 행복한 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김맹순 2021-07-26 12:44:04
아이들과 자주 보는 책입니다. 제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아빠의 잔소리 공유하기 ~ 와우 좋은 방법이네요~ 감사합니다.

홍성애 2021-07-26 12:55:39
표정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그림책입니다.
아이 키우면서 잔소리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많이 했어요.
알사탕을 먹고는 사랑해사랑해라고 들리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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