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에 발표된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경부고속철도와 서해선 연결사업이 반영되면서 충청남도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특히 서울에서 홍성까지 48분이 걸린다는 이야기에 홍성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더욱 크다. 하지만 KTX 연결이 반가운 일 일수만은 없다. 이른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빨대효과는 고속철도나 고속도로 등의 고속교통망이 빨대작용을 하며 중소도시의 인구와 경제를 대도시로 빨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고속철도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미 이러한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 신칸센 개통으로 지방도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인근 대도시로 떠나고, 기업이나 기관의 지역사무소를 폐쇄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전형적인 빨대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욱이 대도시의 자본이 지방도시로 투자되면서 처음에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지역에서 발생된 이익이 다시 대도시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춘천이 대표적인 예다. 2009년에 개통된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서울과 춘천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들었다. 2012년 ITX-청춘열차가 개통되면서 춘천은 수도권의 일부로 변화하고 있다. 시간이 1시간 정도로 단축되면서 관광객이 증가해 막국수나 닭갈비 업소의 경기는 좋아졌지만, 시내 중심가의 의류 상가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춘천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도 많아졌지만 서울에서 춘천으로 통학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그 결과 춘천 소재 대학의 자취생들이 30%나 감소했고 대학가 상권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고속교통망을 통한 서울과의 연결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업종에는 이익이 되지만, 지역주민들을 고객으로 하는 업종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28년 서해선 KTX 개통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수도권의 도시민들을 홍성으로 불러올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고속철도가 들어오면 수도권에서 홍성을 찾는 사람들보다 홍성에서 서울로 나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대도시가 제공하는 문화·교육·쇼핑의 기회가 홍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이 되면 쇼핑과 문화를 위해 더 많은 홍성군민들이 서울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해선 KTX가 홍성의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만들어 가고, 홍성이라는 지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속철도를 통해 대도시 주민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관광이다. 예전에는 안면도에 들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홍성을 지나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산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뚫렸고, 올 연말에는 대천항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가는 해저터널이 개통된다.
그렇게 되면 홍성을 지나는 관광객들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새로 생기는 KTX가 수도권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흔한 관광 이벤트나 투어 프로그램 정도로는 어렵다.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먹거리 자원만이라도 먼저 살려 봤으면 좋겠다.
인근지역인 예산군만 해도 예산읍내의 국수와 국밥을 비롯해 광시의 한우, 삽교의 곱창, 예당저수지 주변의 어죽, 덕산의 산채비빔밥 등 읍면지역에 차별화된 먹거리 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예산을 찾은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즐겨 찾는 곳들이다. 하지만 홍성은 어떠한가?
홍성한우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지만 홍성한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유기농업특구이면서도 지역산 유기농산물로 요리를 하는 식당이 단 한 곳도 없다. 우선적으로 홍성역 부근에 홍성한우타운을 조성해 KTX를 타고 홍성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홍성한우 맛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고속철도가 홍성의 경제와 인구를 수도권에 흡수시키는 빨대가 아니라 홍성이 수도권 분산의 중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수도권과 지역을 잇는 파이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속철도의 개통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