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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넘게 말과 사랑에 빠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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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넘게 말과 사랑에 빠진 남자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7.19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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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승마장 이상동 원장

이상동(54) 원장은 평생을 말과 함께 살아왔다. 그가 처음 말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다. 논산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나왔다. 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그를 교장 선생님이 기수학교에 추천했다. 당시 한국마사회에서는 기수후보생 12명을 모집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경쟁자들과 5차 시험까지 가는 과정을 거친 후 12명 안에는 이 원장도 남았다.

그렇게 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국마사회의 기수사관학교는 거의 군대식으로 엄격하게 운영됐다. 하지만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후 87년부터 프로 기수로 7년간 트랙을 말과 함께 달렸다. 한때는 국가대표로 한일교환 경기에서 달리던 화려한 시절도 있었다.

7년간의 기수 생활이 끝나고 은퇴한 후에도 그는 말과 관련된 일을 했다. 경기도에서 한때 자신의 승마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도권은 이런저런 규제가 많아 승마장을 접고 홍성으로 내려오게 된다. 한동안 홍성의 개인 승마장에서 일하던 중 2011년 홍성승마장 수석교관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해 그해 8월부터 홍성승마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말은 섬세한 동물이기 때문에 이상동 원장은 항상 말의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한다.

홍성승마장 살아있는 역사

홍성승마장의 현재 모습은 이 원장과 홍성승마장 직원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처음 승마장 시설은 열악했다. 이 원장은 처음 한 달간 주변에 있는 풀을 뽑는 일만 했을 정도다. 그는 운동장 외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곳에 관람석, 비가림 시설 등 하나하나 시설이 들어서면서 지금처럼 멋진 승마장 시설을 갖추게 됐다.

처음에 수도도 터지고 건물도 비만 오면 물이 새는 등 문제가 많아 이 원장과 직원들은 반년을 수리하면서 보냈다. 그래서 승마장에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승마장 직원들의 손이 안 간 곳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승마장에 대한 애착도 크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말을 거쳤지만, 현재 홍성승마장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말은 '달빛마을'이다. 원래 이 말은 경매가 300만원에도 팔리지 않아 마사회에서 그냥 기증을 받은 말이었다. 처음에는 워낙 왜소하고 입의 상태가 안 좋아 재갈을 물릴 수도 없었다고 한다. 경기에 나가는 것은 물론 일반인도 태우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잘 조련하고 살을 70kg 이상 키우는 등 정성을 다해 관리하자 '달빛마을'은 장애물대회 우승 15회, 입상 30회 등 우수한 성적을 내는 말이 됐다. 지난해 상주시장배 유소년 대회에서도 학생 선수를 태우고 출전해 1위를 하기도 해 유난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이상동 원장이 승마장을 찾은 사람을 위해 말을 트랙으로 유도해 주고 있다.

경마와 다른 승마의 매력

한때 기수로 이름을 날리던 이 원장이었기에 그때처럼 질주하는 게 그립지 않은지 물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승마는 승마만의 매력이 있다고 대답했다.

“빨리 뛴다고 능사는 아니에요. 경마는 속도를 겨루는 직선적인 경기지만 승마는 장애물 등을 넘는 높이의 경기입니다. 승마는 세밀하고 미세하게 다뤄야 해서 말과의 섬세한 교감은 승마 쪽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죠.”

이 원장은 지금도 홍성승마장 팀을 꾸려 직접 승마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홍성승마장 팀은 우승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강팀이라고 한다. 굳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더라도 승마는 재활 효과가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이 원장은 꾸준한 승마를 통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던 사람이 목발을 집고 직접 걷는 것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원장은 사람들에게 승마는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운동이다.

전국 최고 재활 승마장 꿈

이상동 원장의 꿈은 재활 승마를 좀 더 널리 알리는 것이다. 재활 승마는 아무 데서나 할 수 없는 공공승마장만의 장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뒷받침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재활승마를 하려면 말도 기자재도 더 필요합니다. 개인은 할 수 없는 영역이죠. 수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그래도 재활센터로서 장애인들이 치유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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