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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42> “경우 웂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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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42> “경우 웂네”
  • 홍성신문
  • 승인 2021.07.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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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자네 옷이 왜 그런가, 뭐 헌답시구 흙탕물이 온 전신에 텨 배겼디야? 별꼴 다봐.

-저니: 허긴 뭘혀, 물 웅뎅이 지나는디 워떤 경우웂넌 늠이 부레끼두 안잡구 기냥 팍 간겨.

<경우 없다>는 일반적으로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닐 때를 말한다. 경우(境遇)는 ‘사리나 도리’를 말하는 것으로 ‘경우없다’라고 하면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나 행위가 예의범절에 심하게 어긋나거나 미풍양속을 다분히 저해할 때를 말한다.

표준어에서는 ‘경우’가 ‘없다’와 조합되어 쓰이지 않는다. 경우는 ‘아니다, 옳다, 마땅하다, 맞다, 틀리다’ 등으로만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동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레 쓰인다. 하도 자주 쓰여서 ‘경우있다’라는 말도 혹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의 도리인 경우를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을 확 줄여서 ‘경우 없다’라고 표현하는 것인데, 이 때의 경우를 ‘싸가지, 예의’ 등으로 바꾸어 생각해도 무방하다. 어떤 사람을 면전에 두고 ‘저 사람 참 싸가지 없네’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경우없는 사람일세’ 또는 ‘무(無) 경우 일세’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이 충청도 언어가 가진 묘미다.

한편, ‘이런 경우(境遇)가 있나 그래’처럼 쓰이는 때는, 사리나 도리의 뜻이 아닌 ‘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된 형편 또는 사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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