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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예술혼 다음 세대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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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예술혼 다음 세대 계승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7.12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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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생가기념관
이응노생가기념관의 모습. 자연과 조화를 고려해 건물과 나무 등을 배치해 놓았다. 
생가 옆으로 연꽃밭이 조성돼 있다. 

이응노생가기념관(이하 기념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기념관은 홍성에서 태어난 한국 미술의 거장 고암 이응노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경험한 예술가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기념관을 다시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자연과 조화되는 공간

기념관은 지난 2011년 11월 홍북읍 중계리의 2만596㎡ 대지에 자리잡았다. 기념관 건물들은 조성룡 건축가에 의해 설계됐다. 조 건축가는 이응노의 집 전체를 인공적인 느낌을 최소화하고 자연과 동화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시홀, 북카페, 다목적실 등 전시시설을 중심으로 이응노의 고향 집을 닮은 초가집과 야외전시장, 드넓은 연꽃밭이 들어서 있다.

기념관의 전체적인 특징은 직선이나 수직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선이나 곡면을 살렸다는 점이다. 곳곳에 심어진 대숲과 채마밭도 이응노 선생의 고향 집 그림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살렸다. 이런 주변 풍경들은 그냥 배치된 것이 아니라 전시홀과 북카페, 다목적실 안에서 최대한 녹아들 수 있게 설계됐다. 건물들을 최대한 낮게 지어 주변 자연을 거스르지 않게 지어진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이응노의집에서는 사시사찰 꽃이 필 수 있도록 다양한 꽃을을 계절에 맞게 가꾸고 있다. 특히 드넓게 펼쳐진 연꽃밭은 기념관의 명소다. 황찬연 학예사는 “사철 꽃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연꽃은 겨울에도 대가 남아 눈이나 서리가 연꽃 대에 맺히면 꽃밭처럼 한 폭의 그림이 된다”고 말했다.

기념관에 있는 연꽃밭은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고암 인생 따라가는 여정

이응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전시관은 모두 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대로 전시되어 있다. 1904년 홍성에서부터 그가 생을 마친 1989년 파리까지 연대기 순으로 구성된다. 전시관은 바깥의 빛과 풍경을 건물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게 설계되었다. 전시관 안에서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고암이 어릴 적 보았을 법한 풍경을 조성했다. 전시관의 외관은 은은한 황토색이지만 안쪽은 콘크리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닌 굴곡진 삶을 살다간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시실 옆에 있는 북카페는 동백림사건으로 수감됐던 형무소를 떠올리게 한다.

동백림사건은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게 만든 비극이었지만 반대로 수감생활 2년간 창작열을 불태우는 시기이기도 했다. 고암은 이때 작품활동에 몰입해 3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예술가로서 전환의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시실과 북카페 옆으로는 이응노 생가가 복원돼 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실제 이응노의 생가는 아니다. 홍성 인근에 남아있던 이응노의 '고향집' 그림과 비슷한 초가집을 그대로 옮겨 와 설치했다. 처음에는 실제 생가처럼 외양간 같은 것도 세워져 있었지만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필요해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을 거쳤다.

전시관 안의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대기 순으로 전시돼 있다.

고암 정신 계승 고민

기념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올해 3회의 전시회와 3회의 학술대회를 준비 중이다. 기념관에서는 단순히 이응노의 작품 전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예술정신을 이어 갈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고암미술상’을 격년제로 시행해 지난해 5회째 수상자를 선발했다.

이응노의 선구적이고, 진취적인 예술세계를 앞으로 어떻게 계승해 나갈지가 기념관에 주어진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전시회와 학술대회는 의미가 크다. 지난 10년간 기념관이 걸어온 궤적을 펼쳐 보이고 앞으로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자리인 까닭이다.

황찬연 학예연구사는 “7월부터 12월까지는 지난 10년간의 중간평가를 받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 이응노의 예술을 어떻게 이어갈지, 홍성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는 이응노의 집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응노생가기념관의 모습. 자연과 조화를 고려해 건물과 나무 등을 배치해 놓었다.

/사진/ 기념관에 있는 연꽃밭은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기념관에 소풍을 나와 연꽃밭 주위를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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