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9:47 (금)
함께 사는 지역공동체 꿈꾸는 목회자
상태바
함께 사는 지역공동체 꿈꾸는 목회자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7.12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경섭 결성감리교회 담임목사

결성감리교회에는 다른 교회에는 없는 장소가 있다. 교회 정문 앞에 들어서면 바로 냉장고가 눈에 띈다. 홍성군 공유냉장고 4호로 지정된 공유냉장고다. 결성감리교회의 공유냉장고에는 송경섭(60) 목사의 철학이 녹아 있다.

나눔은 결성감리교회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다. 결성감리교회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기부봉사단을 만들어서 한 달에 1만 원씩 모아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왔다. 송 목사가 지난 2017년 부임한 후 시작하게 된 활동이다.

송 목사는 대전시 유성구에서 나고 자랐다. 그에게 신앙은 운명 같은 것이다.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와 개척교회에 몸 바친 외할아버지 등 외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목사는 그의 꿈이었다고 한다. 대학도 종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충남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신학대학원까지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목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임지를 정하지 못한 송 목사는 34살이 되어서야 목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거의 10년이 늦은 셈이다. 송 목사는 “부임지가 결정되기까지 막노동에 택시 운전까지 안 해 본 게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첫 사역은 그의 고향이기도 한 유성에서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유성은 대전의 제일 변두리로 교인이 7명밖에 안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2년을 보낸 후 결성에 오기까지 20년간은 예산군 음봉면의 교회에 몸담았다. 나눔은 이때부터 시작한 일이다.

나눔은 교회 역할

송 목사는 지역 사회에 교회 문을 열고 궂은일과 좋은 일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대학 졸업 논문도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를 고민한 내용이다. 그래서 나눔은 송 목사가 목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한 것을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다. 나눔을 실천하게 된 계기도 있었다. 음봉교회에 있을 당시 한 요양원 개원식에서 만난 사람에게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분은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십일조를 하고 계셨어요. 뜻이 맞는 분들과 힘을 합해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양원 등에 기부하시는 것을 봤어요. 나눔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눔의 실천은 송 목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부임하고 목회의 비전으로 나눔으로 정했다. 처음부터 결성감리교회의 권사나 장로들 모두 취지를 이해하고 잘 협조해주었다. 매달 1만원씩 모아 기부하는 기부봉사단이 만들어져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선정해 도왔다. 기부봉사단의 활동은 교회가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에 공유냉장고가 생긴 것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송경섭 목사(사진 왼쪽)와 기부봉사단장 장성태 권사

결성감리교회의 공유는 공유냉장고에 한정되지 않는다. 냉장고 옆으로는 의류나 생필품 등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현재 교회의 공유장소는 물품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이라고 한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옷, 신발 등 의류다. 결성에는 옷가게가 없어 헌 옷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결성에는 농사일을 돕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그중 태국인은 부부가 함께 입국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노동자 중 가장 많은 2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 토요일 저녁 6시 반은 ‘태국인의 날’로 정해 교회에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품 준비 어려움···주민 관심으로 나눔 확산 기대

물론 나눔을 시작하면서 고민도 많다.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수요가 너무 많아 헌 옷 등 물품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태국인의 날도 10명 이내로 한정해서 운영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태국 사람 200명이 한 번만 와도 감당이 어려워요. 아직은 다 오시라고 할 정도로 갖추지 못해서 아쉬워요. 이미 헌 옷을 내줄 수 있는 교인은 전부 내셔서 교인들한테 모으는 것도 한계입니다."

앞으로 물품 수급이 원활해 지면 결성 원주민만 아니라 다른 나라 외국인 노동자들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 송 목사의 바람이다. 누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닌 외국인 노동자도 자신이 일하고 받은 농산물 등을 넣고 가고,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는 나눔이 이뤄지는 지역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송 목사는 홍성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음식이나 가전제품, 책, 옷 등 어느 것이나 쓸만한 것이면 다 좋다.

“공유 냉장고를 운영하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나 결성감리교회에 헌 옷이나 음식 등을 보내 주시면 활발한 나눔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