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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간의 바늘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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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간의 바늘방석
  • 홍성신문
  • 승인 2021.07.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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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임경미

뜨거운 물에 퐁당. 겨울에 펄펄 눈 내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7~8월 불볕더위 때에도 난 온천욕을 즐긴다. 한 달에 서너 번은 기필코 가서 뽀글뽀글 물 나오는 탕 속에서의 온몸 릴렉스와 묵은 때를 벗겨내는 개운함을 만끽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코로나는 이런 나의 소확행을 송두리째 막아 버렸다. 못 가 본지 어언…. 그런데 어제는 큰 용기를 냈다. 설마 요즘 코로나가 하루에 700여 명을 기록하고, 장마 시작으로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오전에 이용객들 별로 없겠지 하며. 아니 제발 사람들 별로 없기를 바라며 표를 끊고는 탕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벌써 와 있었다.

순간, 솔직히 겁이 나서 도로 나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참 만에 온 게 억울하기도 해서 얼른 하고 나가야지라는 생각뿐이다. 가져간 마스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며 주위를 보니 쓴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슬쩍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우선 띄엄띄엄 앉아야 하기에 사람들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아 앉았는데 영 바늘방석인 게 너무나 맘이 편치 않다. 뜨건 물에 퐁당은 고사하고 후다닥 해야지라는 생각에 재빠르게 몸에 물 뿌려가려 손놀림을 분주히 쓱쓱싹싹~

그런데 아까 내가 들어와 자리를 잡을 때부터 큰 탕 안에 들어간 몇 사람 무리들이 얘기를 하고 있던데 끊이질 않는다. 촘촘히 붙어 밀집하고서는 계속 말하고 웃고, 심지어 그중에 누가 기쁜 일이 있는지 다 같이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마음이 타 들어간다. 그들의 비말이 이쪽까지 튀지 않는지 심장이 쪼그라든다. 너무 싫다.

“그대들이여, 그만 말하세요, 제발 입 열지 마세요. 그대들만 이 공중탕을 쓰는 건 아니잖아요! 여기는 마스크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목욕탕 안이라구요” 이렇게 그들을 향해 크게 소리쳐 말하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에휴, 용기는 없고 그저 속으로만 화내고 불만만 만땅이다.

탕 안의 벽을 둘러봤다. 혹시 옆 사람과의 대화를 자제하라는 문구가 없는지. 아무리 봐도 없다. 미끄럼 조심이라는 말과 오일 사용 금지 라는 말밖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탕, 본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경각심을 갖고 대화를 삼가하거나 마스크를 쓰면 좋겠지만. 그리고 그 전에 대중탕 출입을 자제해야겠지만, 코로나 감염의 위험하고 특별한 시기에 감염전파의 무방비 공간인 공중탕 안에서의 대화는 정말이지 아닌 것 같다.

탈의실은 물론 탕 안에 ‘대화 자제’라는 짧은 글을 이용객들의 눈에 띄는 곳에 붙여 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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