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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예술의 세계…홍성서 진정한 작품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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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예술의 세계…홍성서 진정한 작품 선보이겠다”
  • 윤종혁
  • 승인 2021.07.1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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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온 만취 김용복 화백

하얀 화선지 위에 먹물이 스며든다. 점이 되기도 하고, 선이 되기도 한다. 붓끝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화선지 위에서 사뿐사뿐 춤을 춘다. 긴 침묵 속 화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화가의 섬세한 붓놀림은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점과 선이 연결되고 참새 두 마리가 푸른 매화꽃이 활짝 핀 고목 위에서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행복한 표정이다.

인천에서 문인화 작품 활동을 하던 만취 김용복(63) 화백이 고향 홍성으로 돌아왔다. 장곡면 지정리 김 화백의 집에는 은은한 묵향이 가득하다. 수많은 작품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나이 60이 넘어 돌고 돌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고향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니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고, 작품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데 두각을 나타냈던 김 화백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전라남도 광주로 향했다. 사람으로 태어난 무엇 하나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예술의 고장이라 일컫는 광주에서 여러 스승들을 만나 서예와 사군자를 그리며 붓을 손에 쥐었다. 4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김 화백은 한 번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절대 조급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당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막막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만류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김용복 화백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만취(晩翠)’는 호까지 직접 지어 줬다. “나이 칠십이 넘어서 빛이 나더라도 절대 조급하지 말라는 어머님의 당부를 가슴에 새기며 작품 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예술 활동을 하며 포기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 큰 힘이 됐습니다. 환갑이 넘은 이제야 어머니가 왜 초조해하지 말고 작품 활동을 하라고 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천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하고싶은 일 마음껏 하라’던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어서였다.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하늘이 시샘했는지 어머니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연말에 요양원에 들어가시게 됐다. 지금은 김 화백 홀로 고향집을 지키고 있다. 홍성에 왔지만 그를 따르는 많은 문하생들이 있어서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인천에 가서 강의를 한다.

김 화백의 집 담벼락에서는 빨간 매화꽃이 가득 피어있다. 고향에 돌아와 김 화백이 그린 그림이다. 사군자 중 유독 매화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매화다. “사람들은 향기를 사고 파는데 매화는 절대 향기를 사고 팔지 않습니다. 매화는 지조의 상징이죠. 매화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문인화를 그리는 예술가로서의 지조를 지키고 싶습니다.”

그의 작품은 넘치지 않는 단아한 색감과 공간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품고 있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서체에서도 오랜 내공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고 바라봐야만 보이는 그의 작품은 어쩌면 정해진 것인 아닌 계속해서 변해가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40년 넘게 붓을 잡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는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인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겁니다. 꿈에서도 생각나던 고향에 돌아온 만큼 홍성에서 만취 김용복의 진정한 작품을 선보이겠습니다.”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김용복 화백

김용복 화백은 요즘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장산골이라는 곳에 하우스를 짓고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김 화백은 자신을 찾는 문하생들과 지인들을 위해 만남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창고에 쌓여만 있으면 죽은 작품입니다. 공간 구성이 마무리되면 하우스 안에 제 작품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어린아이건 노인이건 누구나 찾아와서 구경도 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맑은 공기가 가득한 산 속에서 예술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행복합니다.”

만취 김용복 화백은...

장곡면 지정리 출생
장곡초(47회), 광흥중(22회) 졸업
개인전 14회 개최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도대전 초대작가
만취 문인화 연구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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