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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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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에요”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7.05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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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애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홍성지구협의회장

황정애(58) 대한적십자봉사회 홍성지구협의회(이하 봉사회) 회장이 적십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 토박이인 그녀가 연고도 없는 홍성에 정착해 오늘까지 살 수 있게 한 것은 적십자를 통한 봉사활동이다.

황정애 회장은 평생 시골과의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지난 2000년 홍성에 아무 연고도 없던 남편은 홍성을 몇 번 다녀간 후 홍성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남편과 달리 그녀는 여전히 벌레만 봐도 기겁할 정도로 도시 사람이었다. “홍동에 있는 집에는 벌레도 나오고 뱀이 나온 적도 있어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건 아직도 익숙해지질 않네요.”

남편을 따라 홍성으로 내려왔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정 붙일 데가 없었다. 홍성에서 계속 사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적십자 활동을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홍성에서 살고 있다. 적십자에서 하는 활동은 그녀가 홍성에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됐다. 황 회장은 아마 적십자와 만나지 않았으면 홍성에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봉사로 오히려 내가 도움받았다”

첫 봉사는 반찬 봉사부터 시작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순번이 돌아오지만 집안일도 하고 배달도 하면서 한 번에 많은 양의 반찬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황 회장은 본인의 요리실력은 별로라고 쑥쓰러워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맛있는 반찬을 드리기 위해 황 회장은 조리사 자격까지 땄다. 처음에는 남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황 회장은 오히려 자신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독거 어르신들이나 결손 가정을 방문해 반찬을 전달하고 하다 보면 그분들한테 정작 필요한 것은 반찬이 아닌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뿌듯하기도 하고 그분들한테 더 잘해야 겠다는 의욕과 에너지를 충전 받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20년간 많은 사람과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4명의 어린이들이 있던 집이다. 중학생부터 5살까지 아이가 있는 결손 가정이었는데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더 눈에 밟혔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것이 나중에 5살 막내가 고등학생이 돼서 그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 황 회장이 자신도 그분들에게 받는 것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황 회장은 결국 봉사하는 것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동빨래방, 공유냉장고 등 정신없는 하루

황 회장은 봉사회에서는 반찬 봉사 외에도 빨래봉사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물론 그녀만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적십자 회원들 중에는 장애가 있음에도 운전을 하는 등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황 회장은 “다들 마음이 시켜서 하는 것이다. 직장 다니면서 시간 내어 하시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한적십자사 홍성지구회에는 공유냉장고 3호가 들어섰다. 황 회장도 공유냉장고에 대해 듣고 취지에 공감하고 있던 차였다. 현재 적십자 회원들이나 인근 주민들이 공유냉장고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봉사회는 공유냉장고의 활성화를 위해 수원 등 먼저 공유냉장고를 도입한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특히 신경쓰는 것은 안전이다. 신선식품류는 하루 안에 가져가지 않으면 다음날 폐기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

대한적십자봉사회홍성지구협의회 회원들의 빨래 봉사 모습.

중간 세대 위한 공간 만드는게 꿈

황 회장은 지금도 여러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좀 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특히 하고 싶은 것은 속칭 낀 세대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청소년이나 노인들을 위한 공간은 있지만, 그 사이 세대를 위한 공간이 드물어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물론 예산 등 문제로 일단은 생각만 가지고 있다.

너무 봉사에 관한 이야기만 해서 봉사 외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제가 의상학을 전공했거든요. 바빠서 가족들 옷을 해 준 적이 없는데 가족들 옷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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