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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36> “흥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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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36> “흥겨”
  • 홍성신문
  • 승인 2021.06.0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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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얼라, 접때 약수터에서 떠온 물에 이끼가 꼈네 그려, 오디가서 흥겨 먹으믄 될라나?

-저니: 시상에 물 흥겨 먹는디가 워딨다나. 약수니께 기냥 먹어봐, 먹다 죽으믄 팔자려니 혀.

<흥겨>는 ‘헹구다’의 뜻이다. 충청도에서는 ‘흥기다’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발음하기 어려운 탓인지 전국에 각각 다른 형태로 불리고 있다. 흥그다(경기), 횡구다·히우다(경상), 힝구다(전라), 헤우다(북한), 헹굽다(제주) 등으로 사용되지만 원형에서 크게 벗어난 형태는 아니다.

이 말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잘 사용되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흥기다의 주체는 ‘물’이며, 이 물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헹구는 행위가 매일 수시로 일어나고 있기에 이 단어를 쓰지 않고는 배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물에 넣어 흔들어 씻는 것’이 헹구다의 본 뜻이지만, 우리 동네에서의 ‘흥기다’는 ‘무엇인가를 물에 넣어 흔들어 씻고 잘 저어서 일정 부분 희석시키려는 어떤 노력’까지도 포함한다. 매운 김치를 ‘흥겨’먹거나, 양념이 질펀한 배추김치를 칼국수 국물에 ‘흥겨’먹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는 김치를 빨아서 먹는다고 재밌게 표현하기도 한다.

헹구는 일은 주로 빨래나 설거지와 관련이 있고. 이 분야는 아무래도 주부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 단어는 대체로 여자들이 사용한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어보면, 주로 읍내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헹구다’라고 정확히 발음하지만 그 이상의 연령층은 여전히 ‘흥기고’있는 걸 알 수 있다. 글자로만 본다면 ‘흥겨’는 ‘흥겹다’와 관계가 있을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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