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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순응하면서 문화차이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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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순응하면서 문화차이 극복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5.22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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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마리엘 발란테 부부

필리핀에서 찾은 반쪽

이한경(49) 씨가 마리엘(30) 씨와 처음 만난 것은 그가 40살이 된 해다. 한경 씨는 원래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결혼하기에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업무차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들렀던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마리엘 씨와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한경 씨와 마리엘 씨는 천생연분이었는지 숙소의 하우스키퍼가 연 생일파티에서 다시 만났다. 마리엘 씨에게 첫눈에 반한 한경 씨는 원래 조금 하던 기본 영어에 한영사전을 손으로 찍어가면서 6개월간 마리엘 씨와 서툴게 연애를 했다.

한경 씨는 마리엘 씨의 순수함에 끌렸다고 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장신구나 선물을 좋아하는데 마리엘 씨는 장신구 같은 선물을 원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장신구 대신 한경 씨가 선물해 준 기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노래 부르는 마리엘 씨의 천진난만함도 마음에 들었다. 마리엘 씨도 한경 씨를 만나기 위해 2시간 거리를 꼬박 걸어 한경 씨가 묵는 숙소를 찾아올 정도로 서로에게 끌렸다. ‘이 여자다’ 생각한 한경 씨는 마리엘 씨에게 한국에 따라 오겠냐고 물었고, 마리엘 씨도 선뜻 한경 씨를 따라 오겠다고 했다.

문화 차이 극복 어려움

두 사람이 함께 왔을때 한경 씨의 부모님은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그래도 결혼을 안 한다고까지 선언했던 한경 씨가 데려온 외국인 신부를 부모님은 받아 들였다. 특히 아버지는 필리핀에 비자신청을 위해 방문한 9박10일 간의 경비를 선뜻 지원해주기도 했다.

마리엘 씨는 이제 한국말이 능숙하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을 때는 서로 부딪히는 일이 적었다. 이제 의사소통은 편해졌지만, 오히려 서로 말싸움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단점이다.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필리핀은 서구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 결혼했어도 친구들과 밤새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있다. 약간은 고지식한 면이 있는 한경 씨가 주로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다. 마리엘 씨와 시어머니와의 사이에 갈등도 없지는 않다. 한국인 고부간에도 껄끄러운 경우가 있을 정도니 한경 씨 가족이라고 다를 건 없다고 한다.

서로 맞춰가며 사는게 비결

하지만 마리엘 씨도, 시부모님도, 한경 씨도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많이 바라지 않으면서 서로 순응하면서 살고 있다. 한경 씨는 마리엘 씨가 만드는 필리핀 음식을 이제는 거부감 없이 먹는다. 마리엘 씨도 김치찌개는 곧잘 즐기게 됐다. 두 나라의 음식이 식탁에 번갈아 오른다. 이것이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두 남녀가 만나 가족을 꾸려나가는 방법이다.

부부는 슬하에 진아(10), 진성(7), 진건(6) 세 아이를 두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마리엘 씨는 현재 싱크대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삽교의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기에 주말이나 돼야 부부는 얼굴을 맞댈 수 있다. 아이들도 금요일부터 마리엘 씨를 보고 싶어 안절부절못한다. 한경 씨는 일하는 마리엘 씨가 안쓰러워 쉬었으면 하지만 아이를 위해 마리엘 씨가 고집을 꺽지 않고 있다. 한경 씨는 그런 마리엘 씨가 고맙기도 하고 좀 더 자유롭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

한경 씨는 마리엘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다. 애들을 잘 키워 줘서 고맙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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