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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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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1.05.2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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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특집/ 결혼 15년 차 이충희·이소희 부부

전남 고흥 남자 이충희(45) 씨와 충남 보령 여자 이소희(41) 씨는 올해로 결혼 15년 차 부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3년 서울에서였다. 당시 두 사람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 소개팅에서 우연히 만나 눈이 맞았다고 한다. 이소희 씨는 “친구 둘이 소개팅을 해서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고, 제 친구들끼리 놀고 있었는데 남편 친구가 놀러 오겠다고 해서 남편이 같이 왔다가 알게 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렇게 둘은 알콩달콩 연애를 마치고 연애 3년 반이 된 2006년 10월에 결혼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프러포즈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했다. 이충희 씨는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됐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도 결심하게 됐다. 같이 살고 있었으니 부모님이 결혼식은 꼭 해야 된다고 해서 조촐하게 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도시 부부의 귀농 시작

결혼을 하고 9년이 됐을 때 문득 이충희 씨는 귀농을 결심한다.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홍성으로 내려오게 됐다. 남편이 꾸준히 ‘나는 나중에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을 한 덕에 이소희 씨는 놀라거나 말리지 않고 그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이소희 씨는 “마흔 전에는 내려가겠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어서인지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간의 주말 부부 생활이 시작됐다.

이충희 씨는 마침 회사에서 아는 사람이 장곡에 살고 있었고, 처가가 보령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곡을 알게 돼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바쁘게 살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홍성에 오다 보니 처음엔 약간의 우울함도 느꼈다고 한다. 이충희 씨는 “회사 다닐 때는 거래처나 친구들한테 전화가 계속 왔었는데 귀농을 하면서 그 전화들이 줄어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태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게 여유인데 그때는 여유를 여유로 못 받아들였다.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집을 구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오기 전까진 집을 무조건 얻어야 된다는 생각에 아는 사람들에게 ‘집을 구하고 있으니 집이 나오면 연락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뒀다. 운 좋게 아내가 오기 전에 농가 주택을 구할 수 있었고 비록 시골집이지만 지금까지도 큰 불편함을 못 느끼고 지내고 있다고 한다.

비록 부부는 타 지역에 사람이지만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다. 이충희 씨는 “처음 귀농 수업을 들을 때는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라’고 했었는데 막상 살아 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하신다. 억지로 다가가는 것보단 인사도 잘하고, 마을에 일이 있으면 참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밀해졌다”고 설명했다.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인정

부부는 현재 장곡면 상송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1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5동을 운영하고 있다. 와일드 루꼴라, 아스파라거스 등을 함께 가꾸고 있다. 전적으로 작물은 이충희 씨가 골랐다고 한다. 이소희 씨는 “처음에는 농사에 관심도 없고 잘 몰라서 남편이 고르는 걸 따랐다. 지금은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고 있다. 허브 종류를 다품종으로 소량 키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24시간 떨어질 새가 없다. 그러서인지 항상 티격태격하는 게 일상이다. 이충희 씨는 “티격태격하는 일은 많지만 다른 사람을 쓰는 것보다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편하다”고 말했다.

이소희 씨는 “연애하면서부터도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은 없다. 가끔 일 안 하고 놀러 간다고 티격태격 하는 정도”라며 웃었다.

한 번도 싸운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의 성향이 비슷한 편은 아니다. 이충희 씨는 나가서는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이 성격이고, 이소희 씨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이충희 씨는 “집사람이 좀 집순이 성향이 있다. 친구들이랑 놀러 가고 문화 활동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희 씨는 “남편이 외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새로운 일을 벌리려고 할 때가 많다. 나중에 그것들이 제 일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이렇게 다른 부부지만 굳이 서로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싸우지 않는 비결이라고 한다. 이충희 씨는 “굳이 서로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인정하면 싸울 일이 없다. 연애할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되냐’며 말한 적도 있지만 한두 번 얘기하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바쁜 도시 생활을 접고 평화로운 농부 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충희 씨는 “아내의 모토가 ‘세 시간 이상 일하지 말자’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루에 6시간은 하우스에 할애하려고 노력한다. 같이 일하다가도 날씨가 좋으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든지, 날씨가 안 좋으면 ‘오늘은 일 그만하고 소주나 한잔 하자’라며 놀러 간다든지 그런 모습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홍성에서 티격태격 그렇게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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