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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으로 해야 할 도리 다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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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으로 해야 할 도리 다했을 뿐”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5.15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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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마을 김기두 이장 효행 유공자 표창

김기두(70) 갈산면 노상마을 이장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수여하는 효행유공자 표창 대상으로 선정됐다.

김 이장은 치매를 앓고 있는 94살 노모 이정희 여사를 15년 넘게 돌보고 있다. 10년 전부터는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해 혼자서 거동을 못 할 정도로 병세가 심해졌다. 김 이장은 이때부터 홀로 어머니를 수발하고 있다. 김 이장의 형제들이 수시로 어머니를 보러 오고 도움을 주고 있긴 하지만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김 이장의 몫이다.

치매 환자를 위한 간병인이나 목욕서비스 등도 있지만 김 이장은 이런 지원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어머니 수발을 남에게 맡기는 게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 초기에 목욕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낯선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의 대소변 처리며, 식사 시중, 목욕 같은 생활의 모든 것을 직접 해드리고 있다. 어머니 수발과 함께 집안일도 전부 김 이장 혼자서 해야 한다.

15년째 치매 어머니 수발

모든 집안일을 직접 하다 보니 김 이장은 이제 요리도 자신 있다고 한다. 김 이장의 어머니는 먹는 것에 집착이 강한 치매다. 그래서 잘 드시는 것을 골고루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는 게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김 이장은 “이제 익숙해져서 할 만하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김 이장이 하는 일은 어머니를 돌보는 일뿐만이 아니다. 어머니를 간호하는 와중에도 마을 이장일과 농사와 축산 일도 함께해야 한다. 논에서 벼농사도 짓고 밭에서는 파 같은 집에서 먹을 양념거리도 재배한다. 집에 인접한 축사에서는 40마리 정도의 소도 혼자서 사육하고 있다. 김 이장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을 때도 그는 축사에서 소들에게 사료를 주다 말고 마중을 나왔다.

김 이장이 노모와 함께 사는 집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시골 농가다. 김 이장은 “집이 누추하다”고 겸연쩍어했지만, 대소변을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는 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 가정과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김 이장이 얼마나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 불안했는지 김 이장의 어머니는 연신 “누구야, 누구야” 물었다. 김 이장은 “괜찮아요. 신문에서 사진 찍으러 왔어요”라고 계속 안심시켰다.

“이대로만 살다 가셨으면”

김 이장은 인터뷰 내내 치매 노모를 모시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10년 넘게 생활의 모든 것을 의지하는 사람을 떠안고 산 세월은 남에게 말하지 못할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 이장은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머니의 치매 증세를 초기에 알지 못한 점이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덜 고생 하셨을텐데 챙기지 못한 점이 마음의 짐이다. 김 이장은 부모님의 상태를 잘 살펴서 조기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초기에 증상을 놓치면 오래 고생을 한다. 그래서 나도 치매 보험을 들어뒀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남 일이 아니라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어머니를 모시는 데 딱히 바래는 것이 없다. 치매 환자를 위한 지원 같은 외부의 도움이나 그런 것도 필요치 않다. 사실 효행상을 받는 것도 그에게 크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그냥 어머니가 이대로만 오래 사시는 것만이 그의 소원이다.

“어머니가 오래 사셔 봐야 얼마나 더 사시겠나?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고 이대로만 살다 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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