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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32> “척척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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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32> “척척혀”
  • 홍성신문
  • 승인 2021.05.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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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날씨 참 드러웨, 분명히 아침에는 멀쩡했는디 장이 갔다가 비 쫄딱 맞았네. 척척혀.

-저니: 집구석이 우산은 장 쪄먹을라고 놔두고 댕긴다나. 어제버텀 비온다고 방송마다 외더먼.

<척척혀>는 ‘축축하다’라는 뜻이다. ‘척척’이라는 말로만 보면 무엇인가를 척척 해낸다는 뜻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물기가 있어서 젖어 있다’는 뜻의 ‘축축하다’에 비해 ‘척척하다’는 좀 더 젖어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젖어있는 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을 말하거나, 축축보다 더 심한 경우를 과장해서 말하고 싶을 때 사용된다.

이슬비에 살짝 젖어있는 느낌, 또는 머리가 젖어있는 정도를 ‘축축’이라고 한다면, ‘척척’은 한여름 소나기를 맞아 온몸이 완전히 젖어있는 정도를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축축하다’는 단순히 젖어있는 상태임에 비해 ‘척척하다’는 축축해져서 질척거리고, 그에 따라 ‘기분까지 별로’인 경우를 포함하는 폭넓은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축축은 느낌일 수 있으나 척척은 이미 젖어있는 어느 상태를 말하기에 단순히 축축하다의 사투리로만 볼 수 없다.

우리 서해안 지역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비가 제일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때문에 날씨에 민감한 편이고 농경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비록 척척해지더라도 비를 반기는 경우가 많다. ‘비가 와서 기분 드럽다’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비가 오면 ‘아따 션하다...’라고 말하며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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